#28 젤베 박물관, 카이마클르, 무스타파파샤
SF영화에서 지하에 어마어마한 도시를 건설하고 사는 것을 볼 때마다
어떻게 저렇게 지하에 도시를 꾸밀 수 있을까?
저게 가능한 거야? 하고 의아해했던 적이 있었다.
이곳 지하도시에 와보고는 그게 충분히 가능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카파도키아에 가면 첫 번째 벌룬 투어를 타 봐야 하고, 두 번째는 벌룬 투어를 감상해야 한다고 했다. 어제 봐 두었던 썬라이즈, 선셋 포인트로 아침부터 달렸다. 약간 늦은 감이 있었다. 벌룬이 떠오른 것을 보면서 숙소에서 나왔으니. 우리는 차로 달리면서 벌룬이 떠오르는 것을 보면서, 이리저리 자동차를 운전했다. 갑자기 서기도 하고, 벌룬이 떠오르는 벌판 골짜기로 들어가기도 하면서. 그러다 선라이즈 포인트에 가서는 벌룬이 내려오는 것을 감상했다. 해가 찬란히 빛나면 더 아름다웠겠지만, 여전히 흐린 날이었다.
어디든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이 있게 마련인데, 카파도키아는 날이 좋을 때 꼭 한번 또 오고 싶다. 그때는 벌룬을 안타도 괜찮다. 동트기 전에 이곳 선라이즈 포인트에 와 온 곳에서 떠오르는 벌룬을 보고 싶다.
어쩌다 보니 우리가 잡은 숙소는 아바노스 언덕 위. 그리고 우리 숙소에서 1분만 걸으면 바로 공동묘지가 보인다. 오늘 아침에는 묘지를 산책해 보기로 했다. 이 나라는 석관묘가 특징이다. 그동안 영묘들의 묘는 많이 봐왔다. 이곳 공동묘지에서는 일반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석관에 고인을 모시는 것도 돈이 드는 걸까? 어떤 이는 석관에 모시지 못하고 그냥 흙으로만 덮었다. 조금 더 걸어가니 지난 몇십 년간 아니 몇 백 년간 돌보지 않다 다 허물어져가는 석관들도 보였다. 그런 장소에 새로운 묘가 들어서는 것 같다. 나오다 보니, 작은 묘들이 보였다. 비석에 적혀있는 생년월일을 보니, 불과 2년밖에 살지 못한 아가였다....
젤베 박물관은 괴레메 야외박물관과 비슷한 구성이다. 표지판이 닳고 헐어 무슨 건물들이 있는지도 구분하기 힘들었다. 아마도 코로나로 인한 관리 소홀인 것 같았다. 괴레메 같은 비교적 선명한 성화들도 볼 수 없다. 조금 특이한 것은 모스크 건물이 있는 것이다. 수도원과 와이너리 그리고 방앗간도 보였다. 프레스코화가 비교적 선명한 교회건물은 사진 촬영을 엄격히 금지시켰다.
기암괴석들이 즐비한 야외 전경이 계속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만들었다. 360도 영상도 몇 번이나 촬영했는지 모른다. 밖에서 보면 마치 주택처럼 창이 보인다. 이 창 주변에 예쁘게 그림을 그려놓아 앙증맞은 귀여움이 보였다. 바위에 홈을 파 기어올라갈 수 있는 곳도 발견했다. 알아보니 1950년대까지 사람들이 살았다고 한다. 괴레메 야외박물관에 비해 매우 저렴한 입장료로 기암괴석 사이를 걸어보는 충분히 훌륭한 산책코스였다.
사실, 뮤지엄 패스를 구매했기에 한번 더 가본 지하도시였지만, 이곳은 또 데린쿠유와는 약간 달랐다. 조금 더 힘들다고 할까? 방문하려면 좁고 긴 터널을 계속해서 걸어야 했다. 좁은 터널을 통과하면 건물 내부가 나오고 또 다음 건물을 구경하려면 좁은 터널을 통과해야 했다. 들어가는 코스와 나오는 코스가 화살표로 표시되어 있지만, 만약 폐쇄공포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많이 답답할 듯싶었다. 역시 사람들이 살았던 흔적들을 추측해 볼 수 있는 공간들이다. 거실, 부엌, 와이너리 그리고 교회와 비상시를 대비한 바위문까지.
이런 지하도시들이 더 많이 있었다고 한다. SF영화를 보다 보면 지하에 매우 큰 공간으로 도시처럼 꾸며놓은 모습들을 접하게 되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어떻게 저렇게 지하에 도시를 꾸밀 수 있는 거지? 저게 가능한 거야? 하고 의아해했던 적이 있었다. 이곳 지하도시에 와보니 그게 가능한 거였다. 충분히 가능하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지하도시에 사는 사람들 집에는 거실과 부엌을 갖추었고, 교회가 있었다. 부엌에서 음식을 할 때 나오는 연기가 빠져나갈 환기장치도 갖췄다. SF영화에 그렇게 멋진 지하도시를 상상할 수 있었던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지하에서 살아왔던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만약, 외계인이 지구에 쳐들어오면 괴레메 사람들은 카이마클르나 데린쿠유에 들어가 살아도 되겠다....ㅋ
위르귑 남쪽 마을로 그리스 주민이 1차 세계대전까지 살았던 마을이라고 한다. 차로 거의 30-40분은 이동한 것 같다. 아직도 완벽하게 녹지 않은 눈 길에 겨우 차량 한 대 이동할 수 있는 도로를 따라 운전하니 작은 마을이 보였다. 마치 큰 도시의 주변 마을을 갔을 때 같았다. 코냐의 실레마을, 안탈리아의 쉬린제, 부르사의 주말르크즉 같은 느낌이다.
약간 오후에 갔기 때문에 그저 마을을 한 바퀴 둘러보고 그리스 마을의 느낌만 안고 올 생각이었다. 차를 주차한 곳 주변에 마침 콘스탄티노스와 엘레니 교회가 있다고 해서 찾아가 보기로 했다. 그런데, 구글맵으로는 다 왔는데, 찾기가 힘들었다. 마침, 주변에 아이들이 있어 물어보니, 영어로 church란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구글맵 사진을 보여주니 따라오라고 한다. 지나는 길에 어떤 할아버지가 우리를 단번에 알아보고 교회가 바로 그 옆에 있다고 알려주며, 교회를 보고 난 후 다시 오라고. 멋진 건물을 보여주겠단다.
우리는 교회를 찾아갔다. 교회 정문에 예쁜 장식이 남아 있었다. 대번에 아름다운 교회였다는 느낌이 든다. 내부는 휑하니 오랫동안 방치한 흔적이 그대로였다. 기둥이며 재단이며 기본 형태는 그대로 남아있고, 약간의 모자이크 문양도 남아있었지만 겉의 대리석은 다 뜯기고 헐어있었다. 출입문 입구에 한 편의 선명한 성화만이 그나마 교회의 품격을 갖춘 정도였다. 역시 아쉬움 한가득이다. 역시 이슬람 국가였다.
할아버지에게 갔더니 느리지만 잘 알아들을 수 있는 선명한 영어식 발음으로 당신이 살고 있는 집을 안내했다. 120년이 넘은 돌 집이었고, 300년이 넘은 포도나무가 실내에 있고, 이 집은 직물 창고 겸 가게였다. 온갖 스카프와 공예품을 팔았다. 스카프를 보관하고 있는 창고 같은 실내공간을 소개했다. 겨울엔 따뜻하고 여름엔 시원한 이 건물이 가장 멋진 그리스식 건물이었다고. 그러면서 판매하고 있는 스카프를 소개한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나왔다. 덕분에 현지인의 집을 구경했다.
거의 6시가 다 될 즈음 파사바밸리에 들를 수 있었다. 이미 입장시간이 지난 터라 멀리서 사진이나 찍을까 했는데, 입장하란다. 뮤지엄 패스를 찍고 안으로 들어갔다. 아! 여기를 들르지 않았으면 어쩔 뻔했을까!
여행책에 왜 별표 4개가 붙었는지 알 것 같다. 일명, 버섯바위, 스머프 바위라고도 불린다는 그곳은 그런 바위들 천지였다. 아래는 흰색인데 버섯 모양의 머리는 검은색이고, 또한 그 머리가 흰 바위 위에 얹혀있는 듯한 형상이라 신기하기만 했다. 화산활동으로 굳은 용암이 깎일 때 위 바위와 아래 바위가 차별적으로 깎여서 그렇다고 한다. 그 스머프 바위 중 한 곳은 안 쪽에 집처럼 파여 있었다. 들어가 보니 창문도 보이고 널찍하게 방처럼 되어 있었다. 이곳에 사람이 살았었다.
너무나 신기해서 계속 걷고 싶은 곳이었다. 아직 눈이 녹지 않은 곳이 많아 걸을 수 있는 곳만 한 바퀴 돌고 나왔다. 우리가 마지막 손님이었나 보다. 우리가 나오니 잘 가라고 인사를 하시며 박물관 문을 닫으셨다. 마음속으로 또 한 번 고마움을 전했다.
카파도키아에서 일주일 살아보고 싶다
좋은 날에 한 번 더 오고 싶다. 벌룬을 바로 앞에서 볼 수 있는 좋은 호텔을 잡을 테다. 매일 아침 새벽 벌룬을 보겠다. 아침을 먹고는 도시락 하나 챙겨서 계곡을 걷겠다. 하루는 로즈밸리를 다음날은 으흘라라 계곡을 그리고 또 하루는 제미 밸리를 그리고 무스타파파샤를 어슬렁거리겠다. 매일 새벽 두 눈으로 하늘을 만나고, 낮에는 두 발로 기암괴석을 만나는 카파도키아를 꼭 한번 따뜻한 날 와야겠다. 흠~
2022년 2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