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하고 자유분방했다.

#2 호찌민 여행자 거리, 호텔 마제스틱

by 아샘
젊은이들은 유쾌하고 수다스러웠다.
젊은 여자아이들의 옷차림은 내가 보기에 민망할 정도로 자유분방했다.
그들은 티 없이 밝아 보였다.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무료 서비스의 네일아트를 경험했다.



아침 수영


아파트 근처에서 아침으로 쌀국수를 먹고, 아파트 내에 있는 수영장에서 더위를 식혔다. 베트남에는 아파트 내에 수영장 있는 곳이 많단다. 수영장은 생각보다 넓었다. 우리나라 수영장 레인보다 더 길어 보였다. 야외수영장이라 혹시 지저분한 건 아닐까 우려도 했는데 깨끗했다. 청소하시는 분이 물 위로 흩어져 있는 나뭇잎들을 건져 올리고, 바닥의 먼지를 긁어낸다. 동생 말에 의하면 강렬한 햇빛 아래 자연 소독이 되기도 한단다. 호찌민에 있는 동안 매일 야외수영이라는 호강을 누렸다.



미션 수행


오늘 미션은 맛있는 베트남 음식 흡입하기와 메콩강 투어 예약이 전부다.


점심식사를 위해 사이공센터의 wrap & roll로 갔다. 백화점의 지하 식당가 같은 분위기다. 월남쌈 같은 ‘남꿘’과 ‘허브 슈가케인(사탕수수)’을 먹고, 후식은 치즈 아이스크림이다. 기분 탓이겠지. 태어나서 가장 맛있던 아이스크림이다.


부이비엔 워킹 스트리스, 여행자 거리에 들어섰다. 어쩐지 한산한 느낌이다. 동생말로는 여행자 거리는 여행자들로 늘 붐비는 곳이었단다. 방역이 느슨해지고 이제 겨우 관광객을 받게 되었지만 아직은 조용했고 문 닫은 집도 많았다. 신투어라고 한국인들에게 잘 알려진 투어센터가 있다 해서 찾아갔는데 사람도 없고 썰렁하고 직원들도 불친절하다. 예약자가 없다고 예약을 받지도 않았다. 다행히 그 근처 the sun tour라는 곳에 찾아가니 메콩강 투어 예약이 가능했다. 또 친절하기까지 했다. 여행자 거리에서 투어 예약하실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56$/2인. 오늘 미션 완성이다.


조용한 듯한 여행자 거리지만 젊은 서양인들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우리처럼 베트남 국경이 풀리길 기다렸다가 막 들어온 사람들이겠다.


콩 카페


5월의 베트남은 너무 더웠다. 그 유명하다는 콩 카페를 찾아 거의 15분 정도 걸었는데 땀이 너무 많이 났다. 동생 말에 의하면 베트남에서 걷는 사람들은 여행객들 뿐이란다. 현지인들은 주로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타니까. 과연 그랬다. 그 무더위에 걷는 사람이 이상한 일이다.


콩 카페는 완전히 나의 취향저격이다. 콩 카페의 콩은 '베트콩'에서 따온 단어라고 한다. 콘셉트가 분명하다. 베트콩들의 삶을 가져온 것이다. 직원들의 복장도 그러하고 내부 인테리어도 전쟁터의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한다. 약 50-60년 전 베트남, 베트콩들이 쓰던 물건들, 그들이 사용했음직한 장식들이 가득하다. 세련된 메뉴에 빈티지한 분위기가 베트남에서의 콩 카페가 유명한 이유를 증명한다. 나는 커피를 주문하고도 테이블 위의 소품과 전등, 벽장식과 사진들 심지어 화장실의 세면대까지 모든 것들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관찰하면서 카페 구석구석을 사진에 담았다. 어느 한 공간도 예사롭지 않은 곳이 없었다.


게다가 코코넛 커피는 정말 맛있다. 커피에 코코넛크림을 얹은 아이스커피인데, 달콤한 코코넛크림과 진하고 쓴 커피가 아주 잘 어울렸다. 스위트하고 다크 한 코코넛 커피는 요즘 언어로 나의 '최애 템'이 되었고, 베트남하면 코코넛 커피가 반사적으로 떠오른다.


빈컴센터


저녁은 빈컴센터에서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다는 Hotpot을 찾아갔다. 예약자가 많아 기다리는 동안 네일아트를 무료로 해주고 간식도 준다. 빈컴센터는 호찌민에서도 젊은이들이 많이 오는 곳이라는데 그중에서도 Hotpot은 기다리면서 먹는 것이 자연스러울 만큼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서는 한국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신세계를 경험했다. 식당 내부는 엄청 넓어서 그 끝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다. 작은 부스처럼 구성된 테이블마다 사람들이 가득하고 왁자지껄하고 여기저기서 생일 축하노래도 들린다.

조카가 안내했기에 먹을 수 있었지 우리들끼리는 주문도 못할 뻔했다. 매우 세련된 복장의 젊은이가 테이블마다 배정이 되어 주문을 받았다. hot pot은 우리나라의 샤부샤부 같았다. 태블릿의 그림과 설명을 보며 다양한 종류의 '핫폿'을 주문할 수 있는데 나는 메뉴판이 태블릿 PC인 것은 이 곳에서 처음 봤다. 육수도 선택하게 되어 있고 고기나 생선류, 해산물류, 야채와 만두종류와 음료 등 선택할 것이 너무 많았다. 모든 선택은 어른들에게 의견을 물어 조카가 담당했다. 또한 우리가 먹고 싶은 소스도 스스로 만들어 와야 했다. 샐러드바처럼 생긴 곳으로 가서 무려 10여 가지도 넘는 것처럼 보이는 간장, 피시소스, 들깨소스 등 원재료 중에서 원하는 것들을 선택하고 배합해 만들어와야 하는 것까지 모든 것이 쉽지 않았다. 면을 넣는 시점에서는 젊은 직원이 와서 화려한 퍼포먼스까지 제공한다. 재밌지만 어리둥절한 경험이었다.


이곳은 베트남 젊은이들의 핫스폿이었다. 거의 200명 정도는 수용 가능한 공간이었는데도 한 시간 남짓 줄을 서야 했다. 호찌민의 젊은이들은 적어도 이곳에 와서 식사 모임을 하던가 데이트를 하는 것이 유행인 것 같았다. 비용도 만만치 않았는데 청소년들도 꽤 많았다. 이곳은 부유층의 자녀들이 찾아오는 곳이란 생각이 짙게 들었다.


동생은 언니가 찾아왔으니 대접해 주고 싶다 했고, 조카도 가끔씩 오는 곳이라는 데 나는 약간 충격을 받았다. 이곳이 베트남이 맞나? 대한민국보다 뒤처진 나라라고 여겼던 그 베트남이 맞는지 눈을 의심한다. 젊은이들은 유쾌하고 수다스러웠다. 여자들의 옷차림은 내가 보기에 민망할 정도로 자유분방했다. 그들은 티 없이 밝아 보였다. 이렇게 화려하고 부족함없이 여유로워 보이는 베트남의 젊은이들을 보는 것이 새롭기만 하다. 오래전 하노이의 짧은 경험 속 베트남은 길거리에서 소박한 음식을 먹는 사람들, 인력거로 관광객을 실어 나르고 자동차가 거의 없고 오토바이와 매연이 가득한, 건물은 매우 낡았고 사람들의 차림새도 수수했던, 적어도 우리나라의 1970년대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오늘 만난 호찌민은 전혀 아니다. 아니, 베트남에서도 한국인이 사는 세상 속 베트남인들을 처음 경험해서 그런지도 모른다. 아니, 대한민국에서도 시골에 살면서, 겨우 마련한 돈으로 가난한 여행을 주로 하는 사람이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오늘의 호찌민은 내게 많이 낯설었다.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무료 서비스의 네일아트를 경험했다.


호텔 마제스틱


동생은 호찌민의 밤을 보여주겠다며 100년 된 호텔 8층 루프탑으로 데려갔다. 주말에는 공연도 한다고. 호텔 마제스틱이다. 우리들끼리라면 언감생심 가 보지 못할 호텔 바였을 테다. 하지만 호찌민에 사는 동생은 그저 칵테일 한 잔 하는 정도로도 우아한 호텔 바를 즐길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우리를 데려갔다. 그냥, 주스나 콜라만 주문해도 된다. 호찌민에 가시면 밤에 한 번쯤 꼭 들러보길 추천하고 싶다.


화려한 야경과 사람들이 넘쳐나는 소란스럽고 시끄럽지만 생기 넘치는 호찌민의 밤이었다.



2022년 5월 24일, 호찌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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