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호찌민 도착
이 글은 2022년 베트남에서의 한 달 기록입니다.
돌아보니 베트남은 감히, 세상 모든 것을 품은 나라였다.
날씨, 지형, 커피 그리고 전쟁까지...
베트남 커피는 유난히 쓰고 또 달다. 비엣남이 그러하다.
여행을 마치면 또 와야 하는 이유가 늘 생긴다.
인천공항 1 터미널 3층 출국장에서 엊그제 환전 지갑에 넣어두었던 돈을 찾고, 서점에서 주문해둔 유심도 받았다. 비행기 모드로 유심을 넣고 테스트를 하니 별일 없다. 호찌민에 내리자마자 바로 그랩 카를 부를 계획이라 일부러 미리 유심을 신청하고, 비행기 내에서 갈아 끼웠다.
보딩패스를 발급받을 때 e비자를 함께 체크했다. 베트남은 15일 무비자 여행국가라 우리는 며칠 전 e비자를 발급받았다. 가장 저렴한 비엣젯 항공 게이트는 별도의 작은 열차를 타고 이동해야 했다. 참고로, 이후 e비자는 한 번도 체크한 적이 없다. 베트남 도착 후에도.
비행기를 타고 이륙하자마자 곧 주문한 기내식이 나왔다. 한국돈으로 8,000원 정도면 기내식을 먹을 수 있어서 미리 신청해 두었다. 5시간 비행이니 기내식이라도 먹어야 덜 지루할 것 같아서. 'Combo Thai Fried rice and Water and Cashew'와 'Combo Crab and Shrimp Glass Noodles and Water and Cashew'를 주문했다. 생각보다 맛있지 않았다. 굳이 미리 주문할 필요 없이 기내에서 판매하는 간식 메뉴들을 보고 직접 주문하는 게 나을 뻔 했다. 기내 의자 앞주머니에 '비엣젯 기내식' 메뉴판이 있다. 호옥시 다음에 또 비엣젯을 탄다면 반미 샌드위치와 컵라면 쌀국수를 먹어야겠다고 다짐했다.
호찌민까지는 비행시간이 짧지 않았다. 기류도 심했다. 계속 안전벨트를 잘 착용하라는 안내멘트가 나왔고 때때로 비행기는 내려앉는 듯했다. 하지만, 전날 잠을 못 잤기 때문인지 몰려오는 졸음 덕분에 불안감 가득한 가운데에도 계속 쪽 잠을 잤고, 어느새 호찌민 공항이다. 잠을 잔 덕분에 몸은 개운하고, 무사히 도착했다는 안도감으로 기분은 날아갈 듯했다. 비행기 불안감 있으신 분들은 비행 전날 밤을 새우면 극복이 가능할 수도 있겠다.
호찌민 공항은 생각보다 많이 덥지 않았다. 그랩 카를 타기 위해 현금이 필요해서, 바로 환전을 했다. 그렇지 않으면 카드를 등록해야 하는데, 그러기엔 부담스럽다. 그냥 현금을 쓰기로 했다.
참고로, 호찌민이나 하노이에는 한국계 은행이 많다.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은행에 가서 환전하면 국내에서 환전하는 것과 똑같이 실시간 환율을 적용해 준다. 보통 환전하는 가게에서는 자체 수수료를 챙기는데 은행에 가면 그럴 필요가 없다. 물론, 대도시에만 있다. 여권 필요하고. 여권사진만 보여줘도 된다.
그랩 앱을 열어서 로그인을 하니, 국내에선 안 뜨던 car 아이콘이 뜬다. car를 선택하고 행선지를 누르니 바로 차량이 떠서 가장 싼 금액을 선택했다. 3-4분 뒤에 해당 차량이 왔다. 운전하시는 분과 차량번호를 확인한 후에 차를 탔다. 요금 228,000동에 공항 톨비 9,000동을 합해서 240,000동을 드렸다.
그랩 앱은 미리 한국에서 가입하고 구글과 연동하면 현지에 도착해서 바로 로그인이 된다. 아니면, 현지 전화번호 누르고 확인 문자 받아서 가입해도 되지만, 시간이 좀 걸린다. 실제 그랩 이용할 때 face 인식도 한다. 그랩을 이용해 음식 배달과 쇼핑도 할 수도 있다. 배달원이 오는 여정과 남은 시간을 계속 볼 수 있어서 도착하기 전에 현관에 나가 있으면 바로 받을 수 있다. 또한, 'activicy'를 누르면 그동안 내가 이용한 내역을 한눈에 볼 수도 있다. 이처럼 그랩은 정말 좋은 교통수단이자 생활용 앱이지만 '퐁냐'나 '닌빈'같은 작은 도시에서는 사용하기 힘들다.
호찌민 공항에서 한국인들이 많이 산다는 7군까지는 시간이 꽤 걸렸다. 오는 동안 차량과 오토바이가 섞여있는 베트남 거리를 실컷 구경했다. 여전히 오토바이가 가득했다. 거의 15년 전쯤 하노이에 갔을 때만큼 많았다. 하지만 이번엔 매연이 거의 없었다. 환경을 생각하는 것인지 거의 모든 오토바이에서 매연이 나오지 않았다. 베트남은 이 거리 풍경만으로도 꽤나 베트남스럽다. 나는 그동안 이 풍경이 그리웠다.
베트남 음식으로 저녁을 근사하게 먹었다. ‘반세오’는 버섯, 숙주, 고기 등이 얇은 노란색 전 속에 들어있는 요리다. 피시소스에 적신 반세오 조각을 야채 위에 놓고 싸 먹는다. 마치 상추쌈처럼. ‘반꼿’은 마치 동그랑땡 전 같았는데, 해물이나 고기 등 종류별로 시킬 수 있다. ‘분띳느엉’은 야채와 고기와 소스를 함께 비벼먹는 비빔 쌀국수 종류였다.
베트남에 사는 막내동생이 이제 곧 한국생활을 마무리할 거라고 해서 급하게 온 여행이다. 베트남의 강력한 코로나 방역정책 때문에 지난 2년간의 갑갑한 베트남 생활을 마치는 동생이 호찌민 입국이 자유로워졌으니 와서 마지막 며칠이지만 함께 지내자고 했다. 고맙고 반가운 마음에 한달음에 달려왔다. 사실, 더 일찍 오고 싶었지만 하필이면 오미크론을 피하지 못해 거의 열 흘이 늦춰졌다..... 일주일 정도 동생과 호찌민 생활을 한 후 동생은 한국으로 우리는 베트남 북쪽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우리는 한 달이면 베트남을 다 섭렵할 수 있겠다는 원대한 꿈을 꾸었다. 하. 지. 만. 돌아보니 베트남은 감히, 세상 모든 것을 품은 나라였다. 날씨, 지형, 커피 그리고 전쟁까지... 베트남 커피는 유난히 쓰고 또 달다. 마치, 비엣남이 그러하다. 여행을 마치면 또 와야 하는 이유가 늘 생긴다.
2022년 5월 23일, 호찌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