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한 마음 받고 출발

#걷기 연습, 고마운 분들

by 아샘


만약 고생을 하게 된다면
그것 또한 좀 더 날 단단히 만드는 것이라 여기며
기꺼이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려고 한다.






산티아고를 가기로 하고 나니 할 일이 많았다.


하던 일도 마무리하고, 업무인수인계도 하고, 떠나기 전날까지 마을 행사도 함께 참여했다.

그러면서 중간중간 걷는 연습을 했다. 처음에는 30분, 그러다 1시간 그리고 마지막 2주 정도는 하루 2시간씩 걸었다. 별로 힘들지 않았다. 그냥, 햇볕이 좀 따가울 뿐이라 지치지 않도록 노력하며 걸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때의 다짐은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8kg의 짐을 메고 단 30분이라도 걷기 연습을 했다면, 아마도 다른 결정을 했을지도 모른다...ㅋ


필요한 물건도 준비했다.

배낭은 여행카페에서 중고로 하나 사고, 등산복이 한 세트밖에 없어서 등산용 속옷과 등산복을 위아래 한 세트 구입했다. 매일 옷을 빨아야 하니 기능성 제품이 필요하다 판단했다. 등산화나 양말 등은 집에 있던 것으로 가져가고, 나머지 의약품이나 자잘한 물건들도 집에 있는 것들을 소분해서 정리했다. 그리고 배낭무게를 달아보니, 8kg 정도 되는 것 같았다. 8kg을 넘기지 않으려고 이런저런 고민하는 과정이 계속되었다.






지금은 프랑스에 와 있다.


어제 아침 일찍 일산에서 출발해 12시 15분 비행기를 타고 뮌헨에 4시 40분에 도착 후 다시 경유 비행기를 타고 이곳 드골 공항에 저녁 11시에 도착했다.


아침 7시 45분 공항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에는 9시도 되지 않아서 도착했지만 수속 마치고, 환전하고,

여행자 보험 들기 위해 인천공항을 찾아 헤매고 번호표 받아 기다리다 드디어 보험 들고, 검색대를 거쳐 루프트한자를 타기 위해 112번 게이트에 오니 11시다. 일찍 나와 서두르지 않을 수 있어서 좋았다.


경유지에서는 4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생각보다 스톱오버를 거치는 과정이 간단해서 이렇게 경유시간을 오래 잡을 필요가 없었을 것 같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빈자리에 앉아 책을 읽는 것도 괜찮았다. 다만 비행기에서부터 찾아온 두통 때문에 비행기에서 받은 두통약을 하나 더 먹고 몸을 편안히 하려고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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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들을 위해 무료로 음료를 먹는 코너가 있어 그곳에서 허브차도 마시고 커피도 마시며 조용히 밖을 내다보기도 하고, 음악도 듣는다. 공항에서는 와이파이가 잘 될 줄 알았더니 그렇지가 않았다. 덕분에 그저 여유로운 배거본딩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산티아고를 위해 크레마를 일부러 사서 책을 담아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바로 어제 일 같은데 많은 시간들이 지난 것 같다.


둘째는 서울에서 지내다 엄마 본다고 14일 내려와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 남편은 마을 행사 때문에 많이 바빠서 미안해했다. 그러면서 대신 내가 빌린 책들을 반납해 주는 선심을 베풀었다. 올라오면서 친정엄마가 얼굴 보고 싶다 해서 엄마랑 큰 애를 만나 저녁을 함께 먹었다. 친정엄마가 걱정이 많으셨다.


많은 분들이 내가 여기 오는 데 큰 격려를 주셨다.

어제 일산에서는 아이들 고모가 정성 가득한 미역국에 아침상을 차려주시고, 고모부는 당신도 평소 가보고 싶었던 길이라며 등산용 스틱을 선물로 주셨다. 꼭 필요할 것이라며. 그렇잖아도 생장에서 스틱을 사려고 했는데, 감사했다.

옆집 부부도 진심으로 잘 다녀오라 해 주셨고, 명상 춤을 가르쳐 주셨던 선생님들은 축복의 길이 되길 바란다며 노래를 불러주셨다. 그리고 무지개연대 친구들은 건강하게 다녀오라며 여비를 보태주셨다. 일터의 동료들도 모두 격려를 보내주셨다. 드골공항에 도착하니, 프랑스에서 사업을 하시는 아이들 고모부가 반갑게 맞아 주셨다.





참, 감사하다. 건강하게 잘 다녀오자! 늘 느끼는 거지만, 전생에 좋은 일을 많이 했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다. 이번 산티아고 길에서도 뜻밖의 행운을 얻길 기대한다. 만약 고생을 하게 된다면 그것 또한 좀 더 날 단단히 만드는 것이라 여기며 기꺼이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려고 한다.


돌아보면,
뜻밖의 행운,
그 행운은 사람이었다....


아이들 고모네서 이틀정도 묵고 20일 아침 몽빠르나스역에서 아침 일찍 생장으로 떠난다.



2015년 8월 18일, 파리 도착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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