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차, 사람 만나는 것이 즐겁다.
사람 만나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는 경험을 하고 있다.
사실, 나는 혼자 음악을 듣던가,
책을 읽던가,
아니면 혼자 밭 일을 하는 것이 더 좋은,
그런 타입의 사람이다.
늘 새로운 날들이다.
그리고, 늘 아름다운 날들이다.
잔과 캐시는 이제 가족 같다.
아침에 일어나면,
늦으면 늦는 대로 빠르면 빠른 대로 서로가 서로를 기다려준다.
이른 아침이면 늘 캐시가 먼저 준비한다.
이어서 내가 준비를 마치고, 우리 모두는 잔을 기다린다.
물집이 8개나 있는 잔은 아침마다 물집밴드 붙이고 발 정리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린다.
발에 땀이 많아서이다.
양말을 하루 2개씩 갈아 신어도 땀이 많이 차서 잔의 발은 늘 퉁퉁 불어있다.
그래도 씩씩하게 잘 걷는다.
이제 잔의 물집도 거의 나아간다.
우리는 보통 아침에 먼저 걷고 첫 번째 마을에서 아침식사를 한다.
오늘도 아침을 먹으려고 첫 마을에 도착했는데 옆에 미국인 부부가 아침을 먹고 있다.
그녀가 스니커즈를 신고 있으니 캐시가 또 참견을 했다.
사실, 내가 캐시를 알게 된 것도 캐시가 먼저 말을 걸어왔기 때문이었다.(^^)
캐시는 좀 이해가 안 가거나 궁금한 게 있으면 꼭 먼저 다가가서 말을 붙인다.
어떻게 그런 신발을 신고 걷느냐고.
미국인 부인은 자기 발의 상태와 의사 선생님과 의논을 한 결과 이 가벼운 운동화를 신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되어 그렇게 다닌다고 설명해 주었다.
그러다가, 이들 부부랑 대화가 이어졌고, 하루 종일 함께 걷게 되었다.
좀 걷다가 이번에는 아일랜드에서 온 브리드라는 여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또 합류하게 되었다.
미국인 부부는 파이(Phy)와 매튜(Mattew)였다.
매튜는 사진 찍기를 좋아해서 중간중간 사진을 많이 찍었다.
덕분에 나도 이들 부부와 사진을 찍었다.
잔도 카메라를 가져오지 않고 사진 찍는 것에 관심 없다고 했고, 캐시는 왜 자기 사진을 찍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늘 나와 잔의 사진만을 찍었다. 사실 그동안 내 사진 찍어달라고 하는 것이 약간 눈치가 보이기도 했는데, 마침 메튜가 사진 찍는 걸 좋아하니 나도 덩달아 신나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이들과 함께 에스테야 까지 걷고 나니, 저녁도 함께 먹자 한다.
샤워 후 잠시 쉬는데 아이와 걷고 있는 한국인 가족을 또 만났다.
아이 이름은 찬율이.
옆에서 일기를 쓴다.
이제까지 걸었던 길을 그림으로도 그리고.
걸었던 이야기를 글로 쓰는데 제법 길게 잘 쓴다.
칭찬을 해주었더니 기분 좋아한다.
난 귀촌을 했고 아이가 둘이고 둘째가 고3이라고 했더니 어떻게 고3을 두고 여행을 하냐고 한다.
내가 이상한 건가? 하여튼.
그리고 찬율이가 대견해서 자판기에서 파는 초콜릿과 사탕을 사주었다.
잘 걷기를 바란다.
저녁 7시에는 오늘 만났던 사람들과 만나 저녁을 함께 먹었다.
만나는 사람들과 영어로 이야기하는 것이 늘 부담스럽다.
순간순간 모험이란 생각이다.
하지만 이 모험을 즐기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파이랑 단 둘이 이야기를 하니 천천히 이야기를 해준다.
천천히 이야기해 줘서 고맙다고 하니 자기가 빠르게 이야기해서 미안하다고 한다.
파이는 날씬하다.
요가로 다져진 몸이란다.
아이들은 없고.
나보고 아이들이 있냐고 해서 있다고 대답하고,
결혼했냐고 해서 당연하지 않겠냐고 하니까,
꼭 그렇지 않다고 하면서, 문화가 달라서 그런 것 같다고 한다.
자기들은 아이가 있어도 결혼하지 않은 사람도 있다고.
그러고 보니 그렇다.
그들은 반대로 결혼은 했는데 아이들은 없다.
밥을 먹다 보니 한국인들은 어떤 음식을 먹느냐, 한국인들이 특이하게 먹는 음식이 있느냐고 해서 내가 일부러 우리들은 개고기를 먹는다고 했다.
하지만 그건 문화의 문제라고.
다들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오리도 먹느냐고 해서, 그렇다고 했다.
그러다가 내가 dog과 duck 발음을 헷갈려하니 그것 때문에 또 한참 웃었다.
외국인들에게는 발음이 헷갈릴 만하다면서,
duck을 이야기할 때는 의성어를 붙여 오리소리를 내주었다.
재밌고 유쾌한 시간이었다.
이들과 이메일 주소를 주고받았다.
이들을 만난 것도 또 잔과 캐시와 함께 걸어서 가능했을 것이다.
미국인 부부이다 보니 캐시와 파이가 할 이야기가 많았고 더불어 대화를 하게 된 것이니까.
사람 만나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는 경험을 하고 있다.
사실, 내가 그렇게 사교적인 사람은 아니다.
시간이 남기라도 하면 음악을 듣던가,
책을 읽던가,
아니면 밭일을 하는 것이 더 좋은 타입의 사람이다.
실제로 우리 마을엔 시간이 나면 이 집 저 집 마실을 다니며 차 마시는 걸 좋아하는 이웃이 있다.
당연히 내가 그의 집을 가는 횟수보다 그가 우리 집에 오는 경우가 훨씬 많다.
물론 좋은 사람과 좋은 대화를 하는 것은 좋아하지만,
그저 그런 수다를 나누는 것은 내겐 그리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수다를 좋아하고 차 마시는 것을 좋아하는 이 이웃은 아는 사람이 참 많다.
해서, 뭔가 부탁을 하거나 할 때 이 이웃에게 넌지시 물어볼 때도 있다.
워낙, 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또 때로는 이것이 부럽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난 전화통화를 길게도 하지 못하고,
심지어 가족에게도 자주 전화하지 않고,
집에 있으면 친구에게 전화하기보다 라디오 클래식 채널을 켜고,
커피 내리는 것이 더 편한 사람이다.
까미노의 의미는 어쩌면 이렇게 늘 하던 익숙한 경험 대신 다른 것을 해 보는 것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저 걷는 것에만 의미를 둘 수도 있겠지만,
같은 의미를 가지고 만나는 사람들과는 어떤 이야기를 해도 서로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다 친절하다.
우리들 누구나 공감대가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까미노를 걷고 있다는 공감대.
그 공감대 속에서 우리들은 누구나에게 마음을 열고 대화할 수 있고 누구에게나 친절할 수 있는 것 같다.
감사한 하루를 또 그렇게 보낸다.
2015년 8월 26일 에스테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