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다가왔다

#7일 차, 든든한 경찰아저씨

by 아샘
경찰이 다가오더니 잔에게 어느 나라 출신이냐고 묻고는 이야기 좀 하잔다.





이동 : Estella --> Los Arcos



오늘은 아침에 바게트와 요구르트 그리고 커피로 아침을 만들어 먹었다.

잔의 아이디어였다.


어제 잔과 함께 에스테야를 돌며 슈퍼에서 몇 가지를 사 왔다.

마침 돈을 찾아야 하기도 했고,

샴푸도 떨어져서 슈퍼에 가야 했다.

잔은 너무 배가 고프다며 과자를 샀다.

우리나라에서 파는 다이제스티브 비슷한 과자인데, 출출할 때 먹으니 그만이다.

마침 나도 다이제스티브를 좋아하기에 나도 좋아하는 과자라 하니까,

자꾸 준다.

함께 과자를 먹고,

너무 더워서 아이스크림도 사 먹고,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걸으면서 에스테야의 성당도 둘러보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잔은 음악교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음악교사가 되기는 힘들단다.

교사자격증 따기가 쉽지 않다고.

자기는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것이 즐겁다고.

그래서 나중에 한국에 오면 우리 학교에 한번 오라고 했다.

잔도 꼭 그러고 싶다고 했다.




파이와 매튜는 오늘 에스테야에서 하루 쉰다고 했다.

마을이 아름다워서 더 쉬고 싶다고.

브리드는 다른 숙소에서 잤기 때문에 만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걷다 보니 얼마 안 가서 아예기 마을, 이라체 수도원을 지나니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바로 Puente del Vino (포도주 지역)의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포도주를 먹기 위해서였다.

우리도 수도꼭지에 입을 대고 조금 마셨다.

맛있었다.

그곳은 포도주 주 생산지였다.

중간에 아침을 먹다가 브리드를 다시 만났다.

브리드의 영어는 알아듣기 힘들지만 내게 질문을 할 때는 쉽게 천천히 물어봐주고 내가 대답할 때는 또 귀 기울여 들어준다.

그녀는 lovely라는 말을 잘 쓴다.

여행을 좋아한다고…….^^

또 다른 친구를 만나는 것은 늘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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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모빌에서 음료수를 먹는데 경찰이 다가오더니 잔에게 어느 나라 출신이냐고 묻고는 이야기 좀 하잔다.

모두가 깜짝 놀랐다.

알고 보니 잔의 어머니가 수소문을 한 것이다.

잔이 메일을 보냈는데, 잘 전달이 안 되었고, 전화도 안 한 것이 화근이었다.


아직 20살 밖에 안 된 젊은 아들을 스페인으로 보내고, 엄마는 얼마나 가슴을 졸였을까 싶다.

게다가 연락도 안 되니.


스페인 경찰이 찾아 나선 것이다.

어떻게 단번에 잔에게 다가와 말을 걸고 이야기를 하자고 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벌써 1-2달 전에 까미노 중이던 여자 한 명이 실종된 사건이 있어서,

스페인 경찰도 급하게 찾아 나선 것 같다.

한편으론, 고맙기도 했다.


이렇게 잘 찾아와 주니 혹시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안심이 될 것 같다.

캐시는 잔이 스파이인줄 알았다느니,

잔은 자기가 뭘 훔췄나 했다느니 하면서 우리는 또 유쾌하게 농담을 나누었다.




오늘은 포도나무가 많았고 좀 지루하기도 한 길이었지만, 괜찮았다.

어깨도 어제보다 훨씬 좋고.


발 앞부분이 아프기는 하지만 견딜만하다.

내일부터는 스틱을 사용할 수도 있겠다.

그동안은 어깨가 아플 때마다 배낭을 들어 올려야 하기에 손을 비워두었었다.


어쨌든 우리는 로스아르고스에 도착했다.

숙소 도착 후의 과정은 늘 똑같다.

우리가 일행이라고 말하고,

침대를 배정받으면,

잔이나 캐시나 나 셋 중 1-2명은 2층에서 아니면 1-2명은 아래층에서 자게 된다.

어쩌다 잔이 1층을 배정받으면, 잔은 꼭 양보를 한다.

나에게 양보하던지, 캐시에게 양보하던지…….


처음에는 2층에서 자는 것이 불편했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침대가 많이 움직이는 것 같았고,

배낭을 바닥에다 두어야 하니, 뭐 필요한 것이 있을 때마다

2층 침대에서 내려와야 하는 것도 귀찮았다.

게다가 2층 침대에서 내려오는 계단은 늘 부실했다.


하지만,

이제 익숙해진다.

2층에 배정받게 되면 마음의 준비를 한다.

아래층에서 최대한 할 일을 다 한다.

그리고 잠잘 때에도 필요한 것들을 잘 챙겨서 잠자기 직전에 올라간다.




알베르게에 도착해서 샤워를 하는 것도 익숙하다.

간단히 입을 거리와 속옷 그리고 씻을 도구와 휴대폰 등을 챙긴다.

빨래까지 하면 이제는 쉰다.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고생한 내 발에 오일을 바르며 마사지를 해 주는 일이다.

다른 건 몰라도 마사지용 오일은 고이 챙겨 왔다.

그러고 나서 사진을 올리고 가족들이나 지인들에게 간단한 안부를 전한다.


마지막으로 하루 지낸 일기를 쓴다.

그리고 저녁을 먹는다.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못 다 쓴 일기를 좀 더 쓰다가,

널어놓은 빨래를 걷고 나면, 이제 잘 시간이다.




어제 만난 찬율이네가 보이지 않는다.

오늘 걷는 길이 좀 지루하기도 했는데, 찬율이에게 힘들었을 것 같다.


로스아르코스 알베르게에 순례자들끼리 서로의 안부를 적는 노트가 있었다.

난, 찬율이 가족에게 안부 인사를 적었다.

찬율이네가 그 인사를 보게 될지 확신할 수 없지만,

찬율이네 식구들의 무사도보를 빌고 나니

어쩐지 마음으로라도 전해질 것 같다.




2015년 8월 27일 로스아르코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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