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인 3종 같이 하실래요?

20230810_태풍의 눈 속에서 달리기

by 나태리

일주일 동안 운동을 하지 못했다. 지난주 시술 아닌 시술을 하는 바람에 물은 몸에 댈 수 없었고 무더운 날씨에 뛸 수도 없었다. 일주일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려니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오늘은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덮고, 내가 사는 이곳은 태풍의 눈에 속해 있어 비가 가볍게 내리고 있었다. 미친 사람이 되어야지. 모자를 눌러쓰고 슬슬 뛰기 시작했다. 매번 쉬었다 뛸 때면 다시 뛸 수 있을까 걱정을 하지만 이내 걱정은 기우였다. 저 멀리서 미친 사람이 하나 더 있었다. 그 사람은 우비를 뒤집어쓰고 뛰고 있었다. 둘 다 교감을 할 사이도 없이 우리는 순식간에 지나쳤다. 빗방울이 심해졌지만 계속 뛰었다. 고인 물에 운동화 한쪽에 물이 튀었고 곧이어 다른 쪽에도 물에 젖었다. 이제 조심할 필요가 없다. 그냥 달리는 거다. 이런저런 생각에 아파트에 다다랐을 때 새끼 길 고양이가 나를 피해 덤불 속으로 숨었다. 기분이 개운했다. 집에 도착하려고 하니 비가 거세졌다. 잘 뛰었다. 집에 와서 신발을 씻고, 젖은 옷을 세탁기에 걸쳐 놓았다. 신발을 씻는데 탕비실 창문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 들어왔다. 모기창을 걷고 바람을 마음껏 들이마셨다. 운동하는데 더운 것보다는 비가 더 낫다. 내일은 수영장에 가야겠다.

작가의 이전글운동 전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