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30_마녀
4.3킬로미터 31분
아침에 오랜만에 뛰었다. 오늘은 회식이 있어 아침에 운동을 해야 했다. 해가 고요히 떠오르고 반대쪽 붉고 푸른 스카프를 두른 달이 같이 떠 있었다. 그런 고요하지만 역동적인 아침이 나는 좋다. 생명이 다시 시작되는 그런 시점에 뜀뛰기는 벅차오르는 가슴을 더욱 활짝 타오르게 한다. 호수에 살얼음이 언 표면 밑으로 물이 흐르고, 옷을 벗어버린 나무속이 더욱 단단해지는 겨울날 아침, 달리기는 나를 자연 속에 다시금 머물게 한다. 며칠 전 보름달이 기울고, 붙어 있던 마지막 잎새까지 떨어진 나무를 바라본다. 그들은 잠시 시드는 것 같지만 다음 달, 내년 봄이면 다시 절정을 향해 달려가지만, 인간인 나는 점점 시들어만 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시들지 않기 위해 뛰면서 산소를 불어넣어본다.
아침에 달리고 회사를 가면 사람들에게 내가 먼저 인사를 건네게 된다. 굳어 있던 뇌를 말랑말랑하게 만들어 상대의 작은 감정, 눈 빛도 알아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런데이 앱을 틀고 처음 달려보았다. 음악도 나오고 안내도 해 주어서 다른 생각하지 않고 뛸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뛰면서 통찰의 순간을 즐긴다. 회사 신입직원들과 달리기 그룹을 만들었다. 그룹명은 '마녀', 마라톤을 하는 여자들의 약자다. 아침에 뛰고 왔다고 하니 나보고 '갓생'이라고 했다. 용어를 잘 몰라서 인터넷을 찾아보았다. 좋은 의미의 용어였다. 나보다 젊은 직원들한테 칭찬도 듣고 으쓱해졌다. 12월 16일 16시에 우리는 첫 모임을 갖고 호수를 같이 뛰기로 했다. 마녀 프로젝트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