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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태리 Mar 11. 2024

철인 5종 같이 하실래요?

20240312_보이는 것들

7.83킬로로 미터 달리기 1시간 03분


주말에 전기요 위에 누워있었다. 3월 초 쌀쌀한 날씨에 트렌치코트를 입고 다녔더니 감기에 걸렸다. 지난주 내내 심적으로 괴롭고 머리가 아파서 야간 테니스를 친 것도 원인이 된 것 같다. 환절기에 마음이 심란한 가운데 운동하고 땀이 났는데 사이클을 타고 집에 왔으니 감기에 걸릴만하다. 감기에 걸리고 나서 보니 감기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덕분에 오랜만에 침대가 내 차지가 되었다. 결혼 전 시누이가 쓰던 침대를 가지고 와서 아직도 쓰고 있는데, 그 침대는 늘 남편차지였다. 이틀 내내 누워있었더니 아침에 일찍 눈이 떠졌다. 기운이 회복되는 것 같아서 호수 두 바퀴를 뛰었다. 달리기 모임 하는 직원들에게 경종을 울리려면 내가 먼저 모범을 보여야 했다. 주말에 내가 달리기 인증을 하지 않으니 아무도 소식이 없다. 그래서 회복이 덜된 상태에서 뛰었다. 아주 천천히 뛰다가 한 바퀴, 4킬로미터 지점이 지났을 무렵 속도가 몸에 붙기 시작했다. 컨디션만 좋았다면 더 힘차게 뛰었을 텐데... 마스크 사이로 입김이 배어 습기가 가득했다. 습기가 가득 차니 물방울이 되어 고이기 시작했다.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실체를 이루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것들은 많다. 눈에 보이지 않다가 갑자기 나타난다. 건강상태 악화로 죽음이 그렇고, 경제적 파산, 화재 모든 위험이 그렇다. 위험 요소는 시그널을 보내는데 알아차렸다면 그전에 막을 있고, 그렇지 않으면 대형 악재로 전개된다. 시그널을 주변에서 알려주는데 나보고 앞장서서 나서달라고 하는데 꺼림칙하다. 도망가는 것이 상책이라고 하지만 그러지 못한다. 당장 내 일은 아니지만 결국 내 일과 연결되어 있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영화 '파묘'에서 나오는 무당들은 보통 사람들은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능력이 있다. 보통 사람들이 경험하지 못하는 세계의 중간역할을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이지만 존재하는 것들은 많다. 꼭 무당이 볼 수 있는 세계뿐만 아니라 돈과 권력이 흘러가는 흐름을 알고 쫓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음악도 미술 등 예술의 세계도 그렇다. 나는 그동안 어떤 세게를 품어왔는지, 어떤 세계를 눈감고도 헤엄칠 수 있는지 고개를 갸우뚱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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