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13_난타만 두 시간
봄을 맞이해 개편을 단행했다. 겨울 내내 주말 아침에는 테니스, 주말 저녁에는 달리기, 평일 저녁에는 수영을 했다. 봄이 되자 마라톤 대회와 테니스 대회가 개최되기 시작했다. 달리기와 테니스 기술을 보강하고 싶었다. 그래서 주말 아침에 달리기, 평일 저녁에 테니스와 수영을 하기로 했다. 퇴근 후 저녁도 거른 채 테니스 공을 두 시간이나 치고 왔다. 배고픔보다는 스트레스 해결이 더 급선무였다.
인간의 뇌는 복잡하면서도 단순하다. 두 시간 동안 노란 공에 집중했더니 여러 주파수에 쌓여 있던 뇌가 단일 주파수로 통일된 것 같다. 흥분되었던 뇌가 가라앉았다. 까만 밤에 튀어 다니는 형광 노란 공은 무척이나 눈에 잘 들어온다. 테니스 공을 왜 파란색, 빨간색이 아닌 노란 형광색으로 정한 것은 누구의 아이디 어였는지 몰라도 탁월한 것 같다. 얼마나 민원에 스트레스가 있었는지 다양한 각도와 세기로 날아오는 공을 바라보면서, 그 공들이 한 사람 한 사람 민원인들처럼 보였다.
다만 각각 세기와 높낮이가 다르게 날아오는 공을 각기 다르게 대응하듯이 내부 민원인인 직원들을 다르게 대응해야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물론 이 때도 칠 준비를 미리 하고 있다가 동작을 안정적으로 고정시키고 공이 정점에 올랐다가 내려오는 순간 내려치듯이 내 입장과 기본자세는 미리 정해 놓아야 한다. 슬라이스로 날아오는 공은 덜 튈 것을 예상해서 한 템포 쉬었다가 받아치듯, 성격이 특이한 사람을 대할 때면 한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대응해야 한다. 난타만 두 시간을 치고 왔는데 지루하기보다 정확하게 공을 타격하는 연습을 했더니 집중할 수 있었다. 벌써 테니스를 시작한 지 30년, 이 녀석은 죽을 때까지 데리고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