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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태리 Apr 07. 2024

철인 5종 같이 하실래요?

20240407_벚 꽃비 맞으며 달리기

13.51킬로미터 1시간 42분 52초


벚꽃이 만개한 봄날 아침 달리기로 시작했다. 뛰지 않았으면 불안하게 하루를 보냈을지 모른다. 차가운 바람이 지나가고 새싹이 돋아 꽃이 만개한 이 봄날에 폭풍이 몰아친 한 주가 지나갔다. 갑자기 몰려온 건 아니었다. 내가 인식을 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갱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시작한 철인 5종 등 다양한 운동을 하며 글을 쓰는 동안 집안에는 먼지가 가득 쌓여갔고 그 먼지는 아이들 폐까지 스며들어 숨 쉬기 조차 어려워하고 있었다. 내가 가사 파업을 연이어하다가 가사 독립만세 운동을 외친 후 2년 동안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다시 주말에 끼니때마다 식사를 준비하고 빨래를 세탁기와 건조기에 돌리고 하루 종일 집안을 정리해야 집안 구성원의 불만은 잦아드는 것 같다. 설거지만 하고 책을 가지고 독서실로 가야지 하다가도 다림질할 셔츠가 눈에 보이고, 겨울옷과 봄옷을 정리해 놓고 영어 방송을 들어야지 하면 어김없이 식사시간이 돌아온다. 주말 하루는 꼬박 투자를 해야 집안이 정돈된다. 가사 일을 빨리 끝내려 하다가 화장실 가는 것을 미룰 때도 있다. 마치 아이가 어렸을 때 직장에서 칼퇴를 하기 위해 화장실 가는 시간을 아끼려고 그러는 경우처럼 말이다.


거짓 평화가 찾아왔다. 강아지와 산책을 하고 들어와 달리기를 하고 나서 일주일 동안 먹을 미역국을 끓여 놓고 소고기를 불고기용 소스를 만들어 재어 놓았다. 개털이 널린 집안을 걸레로 훔치는 동안 세탁기를 돌려놓고 건조기에서 나온 빨래를 개다 보니 점심이 찾아온다. 라디오에 흘려 나오는 디제이에 너무 신경을 썼는지 가스레인지에 올려놓은 계란찜이 타고 있는지도 몰랐다. 설거지를 뒤로 하고 낮잠을 잤다. 아침에 너무 열심히 뛰었나 보다. 이제 무리하면 엄마가 그랬듯이 잠을 통해 원기를 회복해야 할 그런 시기가 되었다. 내년 벚꽃이 피어도 별반 생활패턴이 달라지진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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