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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태리 Apr 08. 2024

철인 5종 같이 하실래요?

20240408_엄마반성문

10킬로미터 달리기 70분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했다. 대학 다닐 때 꽃 피는 봄날, 따뜻한 바람이 어깨를 스쳐갈 때 중간고사를 준비해야 할 때 그토록 괴로웠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한 달을 보낸 딸이 학교를 가기 싫다고 매일 알람시계처럼 반복할 때, 이것이 헛소리가 아니라고 느껴질 때 그 허탈감은 이루말할 수 없다. 엄마 반성문을 쓴 저자처럼 공부를 강요한 적도 없는데, 오히려 관심을 받고 싶은 딸을 방치한 탓에 나도 엄마 반성문을 써야 할 상황이다.


오늘은 수영 수업대신 일찌감치 집에 돌아와 아이들을 맞이하고 강아지 밥과 식구들 저녁을 챙겨주었다. 아이가 다니던 학원을 모두 정리하는 대신 남편이 아이의 일타강사가 되었다. 아이와 남편이 공부하는 동안 가사를 대충 정리하고 호수로 나와 가볍게 뛰었다. 반팔 7부 레깅스를 입고 뛰기에 좋은 날씨였다. 가끔 호수 바람이 불어와 복잡한 가슴을 쓸어내렸다. 달리기 중반을 달렸을 즈음 무아지경이 되었을 때 그동안 억눌렀던 감정이 폭발하여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달리다가 눈물을 흘리기는 처음이다. 이젠 누가 죽는 등 최악의 상황이어도 그냥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감정을 드러내지는 않지만, 깊은 속마음은 언젠가 드러내기 마련이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들이 행복하다는 말이 있다. 반대로 생각하면 내가 그동안 행복하지 않았기에 딸도 행복하지 않았으리라 생각이 든다. 나는 어른이라 달리기로 수영으로 테니스 공을 치며 잠시나마 달랠 수 있었지만 큰 아이는 속으로 삭였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팠다. 이제라도 깨달았으니 다행이다. 조금씩 다시 제 위치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다. 일단은 회사에서 내부 민원이 많든, 아이가 아파하든 어떠하든 간에 내가 평정심을 유지하고 현재 삶에서 작은 행복을 찾고 만족하는 수밖에 없다. 달리기를 하면서 깨달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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