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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태리 Apr 21. 2024

철인 5종 같이 하실래요?

20240421_달리기 도중 깨달음

10킬로미터 달리기 1시간 1분 08초


마라톤대회에서 달리면서 글감을 찾았다. 신체의 한계에 부딪히면 기본적인 삶의 원칙만 남는다. 그 원칙을 놓치기 싫어서 키워드 다섯 가지를 반복했던 것 같은데, 완주지점에 다다르자 체력은 더 고갈되어 암기했던 키워드들이 휘발되었다. 당장 살아야 했기에 나중 일은 염두에 둘 수 없었다. 현명한 뇌의 판단에 수긍하면서 완주하고 나서 그나마 생각나는 키워드들을 녹음했다. 생각났을 때 녹음했어야 했는데 달리기 기록에 대한 욕심을 포기할 없었다. 그래도 최근 들어 최고의 기록을 달성했다. 홈라운드의 이점도 있었고 날씨가 선선하고 뛰는 도로의 언덕도 심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전문가들의 충고를 받아들여 욕심을 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준비체조를 할 때 국가대표였던 지영준 코스는 처음 초반에 뛸 때 분위기에 휩쓸려 자신의 페이스보다 무리하지 말라고 했다. 반환점을 돌 때도 주는 물을 다 마시지 말고 입만 축이라고 했다. 나는 이 두 가지 원칙을 지켰다. 또한 작년 첫 대회에 출전할 때 입었던 노란 형광 티셔츠를 입고 처음처럼 완주만 하자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했다. 처음 출전 기록이 현재까지 가장 좋았고 오늘 기록도 좋은 걸 보면 아마도 이 형광 티셔츠는 마라톤 뛸 때마다 입게 될 것 같다. 


집에 돌아와 기록을 살펴보니 매 구간마다 달랐다. 인생을 살다 보면 전력을 다해 뛰어온 전반전이 지나가면 힘도 들고 사는 의미가 퇴색되어 대충 살기도 한다. 앞사람이 계속 뛰기 때문에 내가 쉬어버리면 저만치 뒤처지게 된다. 반대로 남이 이제 되었다고 하면서 쉬어갈 때 그동안 비축해 놓은 힘을 발휘하면서 앞서갈 때도 있다. 다만 다 같이 함께 뛸 때는 차이가 잘 나지 않지만 갑자기 앞이 텅 빈 공간이 생길 때 기회가 보이기도 한다. 달리기 등 운동은 참 공평하다. 물론 운동화 등 운동장비가 다를 수 있으나 자신의 능력만큼 그대로 보여주기에 성취감도 큰 것 같다. 지난 주 대회 기록보다 5분이 단축되어 오늘은 기분이 무척 좋았다. 꾸준히 연습밖에 없는 것 같고 날씨는 운인 것 같다. 노력과 운이 함께 했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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