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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태리 Apr 19. 2024

철인 5종 같이 하실래요?

20240419_아침 달리기를 선사한 포비

4.09킬로미터 32분 49초


아침마다 달리기를 한다. 해가 길어졌기도 하지만 울 포비가 아침 일찍 깨우기 때문이다. 이 녀석 산책을 나가고 싶은 지 아직 밖이 환하게 밝지도 않은 5시에 일어나라고 끙끙댄다. 일어나는 척 소파로 자리를 옮겨 자고 있었더니 6시가 되자 알람처럼 또 자고 있는 내 얼굴을 핥는다. 이젠 더 참을 수 없단다. 녀석을 얼른 데리고 나오면 기다렸다는 듯이 지난가을에 떨어진 수북이 쌓인 나뭇잎 위에서 응가를 한다. 그리고 나면 킁킁되면서 새벽의 냄새를 먹는다. 덕분에 나도 봄날의 아침을 기쁘게 맞이한다. 강아지를 데려다 놓고 나서 가볍게 호수 한 바퀴를 돈다. 


철쭉이 지그재그로 만발한 언덕길을 달리노라면 면사포를 쓰고 달리던 주인공이 된 듯 착각을 한다. 아침마다 두 손을 꼭 잡고 산책을 나온 노부부, 아침 체조를 하고 있는 한 그룹의 이웃들, 정장을 입고 일찍 출근길에 나선 사람들, 호수를 걷거나 뛰고 있는 아침형 사람들을 마주친다. 반대로 걷거나 뛰던 사람을 다시 마주칠 때 반바퀴를 돌았음을 알 수 있다. 미세먼지가 아니었다면 제네바 레만 호수에서 맞이했던 아침을 연상했을지 모른다. 미세먼지만 아니었다면 레만호를 절대 부러워하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달리기를 하고 나면 비로소 현실이 시작된다. 아이들이 먹고 등교할 수 있도록 와플, 크라상 샌드위치 등등을 만들어 놓고 출근 준비를 한다. 이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포비, 샤워를 하고 나오면 자동 수건처럼 내 다리

를 닦아준다. 옷장 앞에 벌러덩 누워 앞 발을 구부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아무리 바빠도 쓰다듬어 주지 않을 수 없다. 내가 비로소 현관문을 열고 나올 때 즘 현관문까지 마중을 나온다. 긴 이별을 아쉬운 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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