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25_덕체지
2시간 싸이클링
노란 금계화 가운데로 검은 사이클 도로가 나 있다. 흐린 아침에 불어오는 바람을 가로지르니 상쾌하기 그지없다. 테니스장까지 갔다가 즉흥적으로 되돌아 나왔다. 그리고 일정에 없던 자전거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자주 가던 캠핑장까지 이어져 있었다. 남편이 지인에게 얻어온 기어도 없는 자전거를 타고 금강 종주길을 달렸다. 뒤에 오던 사람들이 모두들 나를 앞질러 간다. 그도 그런 것이 시속 12킬로미터로 움직이니 뛰는 거랑 별반 다를 바 없다. 그래도 뛰는 것보다는 덜 힘들고 약간 더 센 바람을 맞으니 시원했다. 길을 가는 방법이 다양하지만 자동차보다, 걷는 것보다는 자전거가 더 재미있다. 빠르지도 늦지도 않기에 생각속도에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또한 언덕을 올라가는 어려움과 내려오는 해방감이 동시에 있어서 삶을 되돌아보기에 적격이다.
요즈음 수능만점자의 여자 친구 살해사건, 가수의 뺑소니 음주운전 등 주변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을 보면 지덕체가 함께 어울리는 사람을 찾기 어려운 것 같다. 교육의 목표가 머리, 마음, 육체를 골고루 개발시키고 조화시키는 일인 반면, 어느 한쪽으로 과잉성장해서 문제가 많은 것 같다. 아니 그동안 지 부분을 강조하다 보니 조화로운 균형이 깨졌다. 컴퓨터가 없던 예전에는 많은 정보를 머리에 집어넣고 판단하는 지적인 부분이 강조되었지만 요즈음에는 서로 잘난 체 하는 사람들을 설득하고 어려운 사람을 보듬는 덕이 더 우선해야 할 것 같다. 체 또한 지와 덕을 행하는데 기본이 되어야 할 요소이다. 앞으로는 지덕체보다 덕체지라 해야 하지 않을 까 싶다.
큰 아이가 체력인증서 1등급을 받아왔다. 반에서 여자 1명, 남자 1명이라고 했다. 나를 닮아서 그런거라며 으쓱대었다. 작은 얼굴도, 예쁜 손도, 좋은 머리도 아닌 유전자를 물려주었다고 투덜거리는 아이한테 유일하게 점수를 딸 이유였다. 이제는 그 건강한 체력에 이쁜 마음을 기르고 사리를 판단할 줄 아는 지혜를 길렀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