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태리 Jun 22. 2024

철인 5종 같이 하실래요?

20240622_그래서 오늘도 달린다.

20킬로미터 달리기 2시간 31분 31초


네 바퀴를 돌았다. 올해 목표가 하프 마라톤 달리기이다. 비가 와서 테니스 강습은 취소가 되었다. 대신 강아지 산책을 한 후 가볍게 먹고 호수로 나갔다. 장마철 시작이라 비가 내리긴 했지만 우중 달리기를 결심했다. 나 말고도 뛰는 사람들이 있었다. 해가 나지 않아 뛰는데 오히려 좋았다. 가볍게 한 바퀴 뛰려고 했지만 비도 멈추고 컨디션이 좋아 두 바퀴를 돌았다. 


두 바퀴를 돌고 나니 또 눈물이 났다. 요즈음엔 왜 이리 자주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머릿속 구름이 걷히고 나니 엄마 생각이 났다. 2주 전 죽은 동료 생각이 떠올랐다. 하고 싶은 대로 하지 못하고 상황에 맞춰 살아가는 주변 모습들이 안쓰러웠다. 나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하고 싶은 대로 사는 사람들이 몇 명이나 될까 싶다. 인내하고 사는 것이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은 취미이고 하기 싫은 일을 진심을 다해 하는 것이 노력이라고 어제 영화관에서 본 문구가 떠올랐다. 달리기가 나에게 취미인지, 노력하는 것인지 생각해 본다.


운동을 좋아하지만 유독 달리기는 싫어했다. 특히 오래 달리기는 잘하지 못했다. 숨이 차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기에 체력장이 있기 전까지 전혀 하지 않았던 종목이다. 그런데 그 달리기를 이렇게 거의 매일 하는 것은 나름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일단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해 주고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다. 일을 하는 데 있어도 기운과 집중력을 선사해 준다. 장동선 뇌과학자가 러닝에 대한 이점에 대해 소개한 영상을 보면 이외에도 같이 뛰는 사람들과 유대감 그리고 러너스 하이 때는 대마초나 아편을 했을 때 나오는 기분 좋게 하는 호르몬도 나온다고 한다. 몸에서 나오는 기분 좋은 물질은 숨 참는 고통을 극복했을 때야 나온다니, 모든 일은 그저 주어지는 법은 없는 모양이다.


또한 같은 호수라는 공간이라도 걸어서 갈 때와 뛰어서 갈 때랑은 다른 느낌이 난다. 걸어서 가면 슬로 모션의 풍경이 지나가지만 뛰어서 가면 생생하게 화면이 다가오고 바람이 일어 촉각을 자극하여 기분이 더 좋아진다. 네 바퀴를 마치고 나서 호숫물에 발을 담갔다. 그리고 맨 발로 아파트까지 걸어왔다. 아파트 주변 바닥이 맨 발로 걷기에 잘 다듬어져 있었다. 혼캉스 가고자 하는 욕구가 수 그러 들었다. 20킬로미터 달리기로 혼캉스를 다녀온 셈이다. 그래서 오늘도 달린다.

작가의 이전글 같이 철인 5종 하실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