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23_백구와 함께
2.39킬로미터 20분 37초
운동 복장에 다 이유가 있다. 브라탑을 입고 레깅스를 입고 뛰는 사람들이 과도하다고 느낄 때가 있었다. 내가 달리기를 시작하기 전, 이 무더운 여름에 달리는 고통을 모르기 전에는 말이다. 요즘처럼 습하고 무더운 날 어깨 주변에 닿는 것 자체가 신경을 쓰이게 하는 것도 없다. 그저께 뜀뛰기가 끝난 후 당장 스포츠 나시를 주문했고 오늘 도착한 나시를 입고 뛰었다. 선캡, 나시, 반바지, 형광색 러닝화를 신고 나섰다. 복장만 보면 선수 저리 가라다. 옷의 힘인가? 오늘은 회사에서 돌아왔을 때 축 처진 기운과는 반대로 최고의 컨디션으로 달렸다.
먼저 출발한 포비와 남편을 따라갔다. 포비가 나를 보더니 달려온다. 내가 포비를 유인하고 포비가 뛰어왔고 남편이 끌려왔다. 마치 바통을 주고받는 주자처럼 셋은 일렬로 달듯 말 듯 달렸다. 털북숭이 포비는 풀잎에 매달린 빗방울을 마치 우산털이 장치처럼 훑어버렸다. 포비는 여름이 되기 전 털갈이를 했지만 여전히 털이 전부이다. 더워 보였지만 혀를 길게 빼서 열을 날려 보냈다. 포비는 모처럼 신나게 달렸는데, 나를 따라오면서 뒤에 남편이 따라오는지 확인하고 멈춰서 기다리기도 했다.
호수 주변을 둘러싼 불빛이 한 곳에 모아지는 곳에서 우리 셋은 어제 영면한 고 김민기 씨의 노래를 들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불러온 아침이슬과 기타 포크송에 빠지지 않고 수록된 작은 연못과 상록수, 나를 울컷 만들어버린 노래 백구를 다시 듣고 있노라니 포비가 눈에 들어온다. 그가 설립하고 연출한 대학로 학전 극장에서 지하철 1호선 연극을 보면서 위로를 많이 받게 해 주신 분께, 그가 돌아가시고 나서 뒤늦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님이 만든 노래와 연극 덕분에 내 감성은 반응하고 살아있을 수 있음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