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22_동료를 위한 다짐
4.06킬로미터 28분 55초
한증막에 앉아 있는 것 같았다. 얼굴이 벌게지고 그 위로 땀방울이 흘렀다. 장마 끝무렵 습기가 많고 온도가 높은 날 달리기는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 어제와 오늘 밤 8시가 넘어서 뛰어지만 호수 한 바퀴를 돌기가 어려웠다. 집에 들어오자 에어컨 바람이 얼굴 표면에 닿아도 열은 금방 내려가지 않는다. 욕조에 물을 틀어 놓고 잠수대회에 참여한 듯 숨을 쉬지 않고 얼굴을 담갔다가 빼기를 반복했다. 결국 머리를 감고 차가운 탄산수를 들이켜고 나서야 뛰기 전 온도로 돌아오는 것 같았다.
오늘은 20년 지기의 49재였다. 벌써 그렇게 되었다. 자꾸 생각이 나서 일이 집중이 되지 않았다. 겉으로 괜찮은 척했지만 괜찮치 않았다. 허공에 떠 있는 것 같았다. 일에 대한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기존 기득권에 막혀 새로 시도하는 노력을 보상해 주지 않는 조직에서 하루하루 버티기란 싶지 않았을 것이다.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오르다가 묻혔다. 하지만 정리되지 않았다. 동료의 몫까지 열심히 일하겠다는 전쟁터에서나 나올 법한 비장한 각오를 되새길 뿐이었다.
하늘로 먼저 떠나버린 동료가 다음 생에는 부디 금수저로 태어나 현명한 선택을 하길 바랄 뿐이다. 세상을 너무 믿지 말라고, 자신에게 엄격하게 살지 말고 그냥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나는 앞으로 그렇게 살 꺼라고 그가 영영 가는 길에 말해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