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21_엄마는 철인
아침 7시에 일어났다. 5시 30분에 알람을 맞춰 놓았지만 일어나지 못했다. 어제 딸이 수강할 인강을 고르다 12시가 넘어 잠이 들었다. 테니스를 치러 가기에 시간이 애매했다. 포비가 내 얼굴 앞에서 꼬리를 흔들고 있기에 운동을 하러 가겠다는 마음을 접었다. 벌써 4개월 이상 일어나자마자 강아지를 데리고 주변 산책을 하고 있다. 강아지는 산책을 하러 나가 오줌과 똥을 배설하고 아직은 야생의 성질이 남아 있어 사냥 아닌 먹이를 구하러 어슬렁 거린다. 생존에 있어 배설과 먹이 사냥은 필수불가결이기에 나는 이 아이의 요청을 무시할 수가 없다. 대신 내가 즐기던 테니스와 수영은 철인 5종 항목에서 잠시 멀어져 간간이 달리기만 하고 있다.
회사 다니면서 중고생 두 명을 달래고 어린 강아지를 키우면서 달리기를 할 시간과 글을 쓰는 시간을 내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오늘도 그랬다. 강아지 산책을 마치고 들어오면서 뛰려고 했지만 글쓰기 과제가 생각나 책상 앞에 앉았지만 생각이 정리가 되지 않았다. 일단 걷던 지 뛰다 보면 생각이 명료해지는데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면 그럴 여유가 없다. 이 녀석이 땅에 떨어진 뼈다귀를 물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주변을 둘러봐야 하고 행여 지나가는 행인에게 피해를 줄까 봐 잔뜩 긴장하기 때문이다. 9시가 되어 일주일 치 장을 보러 남편과 같이 갔다가 와서 다시 뛰려 가려고 했지만 눈앞에서 정리를 기다리고 있는 짐들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정리를 하다 보니 금세 11시가 되었고 그제야 나왔지만 해는 이미 중천에 떠올라 이었고 이 날씨에 뛴다는 것은 미친 짓이었다.
아이들을 키울 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해 답답해했다. 어느 정도 키워놓고 하고픈 일을 하다 보니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다시 내가 하고픈 일을 뒷전으로 하고 아이들한테 다가가기 시작했다. 자기 욕구를 숨기고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야 말로 철인 중에 철인이 아닌가 싶다. 엄마들 파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