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05_바람과 노래
바람과 노래
강아지가 꿈쩍도 하지 않는다. 무슨 강아지가 저리 방심하고 잘 수 있는가? 키보드 치는 소리에도 눈을 떠야 할 녀석이 코 앞까지 갔는데도 눈을 뜰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호수 반 바퀴 약 3킬로미터를 돌고 왔다. 마치 러닝 머신의 인터벌 프로그램처럼 걷다가도 녀석이 달리면 나도 덩달아 달렸고, 냄새를 맡고 싶어 정지하면 나도 급정거해야 했다. 오늘은 퇴근길에 비가 와서 더운 기운을 씻어주었다. 바람의 언덕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나도 모르게 콧노래가 나왔고 자작곡을 핸드폰 녹음기에 담았다.
바람은 내 정서를 자극하는 가장 강력한 마약이다. 오늘은 불어오는 바람에 노래를 처음으로 작곡해 보았다. 두 해전 걸프만의 바람을 맞으며 자작시를 지었다. 바람이 불어오면 나는 한없이 가식의 옷을 벗고 내면을 그대로 방출한다. 술이 아니라 바람이라 다행이다. 그래서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라는 노래를 좋아한다. 내가 바람을 좋아하면서 바람에 취약하다는 것을 알기까지 꽤 오래 걸렸다. 누가 말해준 것이 아니라 내가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보다 알게 된 사실이다. 우울할 때면 바람을 쐬러 가기로 했다. 그래야 금방 다시 돌아올 수 있으리라 생각이 든다. 예술적인 기질을 불러일으키는 바람, 그대에게 상을 수상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