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21_하프 마라톤 완주
21.54킬로미터 2시간 47분, (21.095킬로미터 2시간 32분)
나를 맞닥뜨리는 순간이다. 20킬로미터를 지나는 순간 배가 아프기 시작한다. 정확히 말하면 몸 중앙에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호흡도 괜찮았고 심장도 무난했고 다리도 무리가 가지 않았었다. 기록도 중요하지만 내 몸이 손상되지 않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런데 하프 거리를 정확히 알지 못해 넉넉하게 뛰려고 했지만 가면 갈수록 속도는 나지 않고 기록만 나빠졌다.
그동안 폭염으로 뛰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 아침부터 비가 와서 밤에는 선선한 바람도 불고 뛰기 좋았다. 컨디션이 좋아 욕심을 내 보았다. 주문한 브라탑과 반바지가 도착해서 개시하면서 하프를 뛰기로 했다. 20킬로미터까지는 5번 정도 뛰어봤지만 하프는 처음이다. 남은 1.095킬로미터를 뛰는 순간이 가장 어려웠다. 뛰어보길 잘했다. 아쉽게도 목표로 했던 시간보다 2분여 늦었다. 대회 때에는 2시간 30분 안에 들어올 수 있을 것 같다.
2시간 넘게 달리기를 하는 동안 이어폰 없이 달렸다. 그랬더니 내 마음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달리기 하는 동안 내 마음을 마주하게 된다. 가식도 없고 그대로 이야기가 들려온다. 오늘은 평온해 보였다. 호수를 5바퀴를 돌다 보니 같은 길이라도 물이 점점 스며들어 5바퀴째는 도로가 많이 말라있었다. 세상은 변하지 않는 것 같지만 스스로 변화하고 있다. 처음에는 길거리 버스킹을 준비하더니 5바퀴째에는 사람들이 꽤 모여있다. 지구가 같은 궤도를 돌고 있지만 1년 후 그 자리에 되돌아왔을 때 많은 일들이 변해있듯이 내가 호수를 돌 때마다 장소는 같아도 같은 광경은 찾아볼 수 없다.
두 시간 반을 젖은 양말을 신은채 뛰었더니 발가락이 퉁퉁 불었다. 양말을 벗고 젖은 운동화를 신기 싫어서 맨발로 집까지 걸어왔다. 주변 눈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나의 본능에 충실했을 뿐이다. 오늘은 잠을 잘 잘 것 같다. 아주 푹, 아주 뿌듯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