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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 5종 함께 하실래요?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

by 나태리

2025년 4월 111킬로미터 달리기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내 손에 들어왔다. 다름아닌 큰 딸이 읽어보라고 권한 책이다. 우리 집에서 같이 숨쉬고 있었는데 있었는 지 조차 몰랐다니...역시 주변 관찰 및 인식이 중요하다. 대학생 때 서점에서 하늘 색 바탕에 사람으로 보이는 뻥뚤린 그림자, "상실의 시대"를 수도 없이 봐 왔지만 읽지 않았다. 베스트셀러의 작가의 책을 이제야 제대로 읽어보다니...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왜 진작에 읽지 않았을까?


이 책에는 달리기를 하면서 주변의 사물과 또 자신과 대화하면서 그가 왜 작가가 되었는지 그의 인생을 회고하는 책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달리기와 글쓰기에 흠뻑 빠진 나는 그가 쓴 한 문장, 한 단락, 한 챕터가 와 닿았다. 나도 작가처럼 지금 다니는 직장을 그만두고 글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해볼까? 라는 고민이 들게 하기도 했다.


달리기를 제대로 해 본사람이라면 신체적 고통이 순화되어 정신적 희열로 이어지는 과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주변의 괴로움에서 벗어나 성인의 반열에 오를정도로 일상의 문제에 초월해 나에 집중할 수 있는 순간을 즐길 수 있음을 백번 공감했으리라 싶다. 애견 카페에서 읽느라 집중은 못했지만 그 와중에도 나에게 와 닿는 몇 구절이 있어서 소개해 본다.


"주어진 개개인의 한계 속에서 조금이라도 효과적으로 자기를 연소시켜 가는 일, 그것이 달리기의 본질이며, 그것은 또 사는 것의(그리고 나에게 있어서는 글쓰는 것의) 메타포이기도 한 것이다."(128페이지)


"나는 쓰면서 사물을 생각한다. 생각한 것을 문장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고, 문장을 지어 나가면서 사물을 생각한다. 쓴다고 하는 작업을 통해서 사고를 형성해간다. 다시 고쳐 씀으로써 사색을 깊게 해나간다."(185페이지)


"중요한 것은 시간과의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다. 어느 만큼의 충족감을 가지고 42킬로미터를 완주할 수 있는가, 얼마만큼 자기 자신을 즐길 수 있는가, 아마도 그것이 이제부터 앞으로의 큰 의미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 아닐까. 수치로 나타나지 않는 것을 나는 즐기며 평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제까지와는 약간 다른 성취의 긍지를 모색해가게 될 것이다."(187페이지)



내가 달리기를 할 때 원칙으로 삶는 것은 절대로 걷지 않는다. 뛰는 것과 걷기는 차이점이 있다. 그 차이점은 두 발이 동시에 땅을 밟고 있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리 느려도 팔을 앞뒤로 흔드는 반동을 활용해 다리를 끊임없이 돌리는 것이다. 그리고 아직까지 지켜오고 있다.


그리고 하루키처럼 나의 묘비명도 꾸며본다.


나태리

작가(그리고 러너)

197*~22**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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