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스케치 1_15킬로미터 1시간 58분 41초
러닝스케치 1_ 15킬로미터
하와이 해변을 달리는 것처럼 청명한 날씨다.
점심을 먹고 13시부터 달렸지만 날씨가 선선하고 흐려서 달리기 최적이었다. 호수공원 순환 루트를 달릴까 했는데 어린이날 행사로 번잡했다. 그래서 계속 앞으로 전진했다. 이어진 길을 따라가다 보니 열병합 발전소 부근까지 갔다. 반대편으로 돌아올까 싶어서 다리를 건넜는데 이후로 인도가 사라졌다. 차가 쌩쌩 달리는 길을 조금 가다가 위험해서 반대편으로 건너갔다. 마을인 줄 알았는데 공사 중인 곳이었다. 차만 없을 뿐 길은 울퉁불퉁, 비 온 뒤라 물이 고여 있는 곳이 많았다. 물을 피하려다 잡초가 난 흙을 디뎠는데 쑥 꺼져서 결국 두 발 몽땅 진흙으로 뒤덮였다.
영화 권투 선수 로키가 모래주머니를 발에 끼고 달리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진흙탕에 빠진 무거워진 운동화를 신고 집까지 남은 10킬로 미터를 뛰어왔다. 뛰는 동안 연두와 초록의 품에 쏙 빠져있는 것 같았다. 아파트 주변은 형형 색깔의 철쭉이 갈 지자로 심어져 있었고 빛 반사를 받아 카드 섹션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달리기를 하면서 크레파스 상자에 담아 있는 색을 모두 구경한 듯했다. 중간에 모니터링하는 워치 배터리가 고장이 나서 3킬로미터 정도를 기록하지 못했다. 그래도 뛰었다. 1주일 쌓여있던 스트레스가 다 날아가는 것 같았다. 6월 7일에 신청한 춘천 봄내 하프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 같이 가실 분 없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