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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위로의 글

나의 젊은 나날들

by 하루한끼

아픔은 더 큰 아픔으로 잊히기도 합니다.


남의 큰 고통보다 바늘에 찔린 내 손가락이 더 아프듯

나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기 시작하면

나에게 닥친 일이 제일 아픈 일이 아닐 수 있습니다.


결혼기간 동안, 변해버린 남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많이 슬펐습니다.


그때마다 꺼내본 이야기는 "풀빵엄마" 휴먼다큐였습니다.


소아마비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그 여인은

두 아이를 낳고 애들 아빠가 집을 나갔습니다.

거기가 암환자입니다. 말기라 희망이 많이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녀의 소망은 재산도 아니고 남편도 아니고

그저 아이들이 커가는 것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이었지만

하늘은 그마저도 들어주지 않고 그녀를 데려갔습니다.


그녀가 한 말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저, 이대로 살아도 너무 좋아요. 이렇게만 쭉 살았으면 좋겠어요."


추운 겨울, 아픈 몸을 이끌고 풀빵장사를 마치고

두 아이들과 함께 돌아가는 그녀는

환한 웃음을 띠고 그렇게 얘기합니다.



그녀를 보고 한동안 먹먹한 마음에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습니다.


내가 가진 것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바꿀 수 없는 것은 내려놓고

어떻게 하면 잘 살아갈지 걱정하는 것이 나를 위한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태어나서 부모가 영원히 함께할 것 같지만

때가 되면 부모님은 세상을 떠납니다.


부부가 죽는 날까지 함께 할 거라 생각하지만

사고로 혹은 지병으로 한 명이 먼저 떠납니다.


이별은 언젠가는 받아들여야 할 숙명입니다.


이혼을 택하셨다면 그 시기가 일찍 온 것이라고 받아들이세요.

물론 아름다운 추억에 흙탕물이 심하게 튀었지만

그 더러운 물은 닦아내세요.


당신이 배우자와 일구었던 사랑과 가정의 기억은 그 자체로 남아있습니다.

나의 소중한 기억이고 내 젊은 시절의 단상입니다.


......................


혼자가 된다는 막막함은 때론 공포로 다가올 때도 있습니다.

혼자서 어떻게 애들을 키워,

혼자서 어떻게 먹고살아,

죽을 때까지 혼자겠구나, 난 버림받았구나


하지만 세상을 한번 바라보세요.


결혼하지 않고 싱글로 살아가는 사람이 참 많습니다.


당신은 결혼을 선택했고

경제적인 것도, 심리적인 것도 부부가 의지하며 살아왔기에

잊고 있었을 뿐인지

당신도 처음에는 혼자였습니다.

혼자서 잘 살아가고 있었던 사람이었습니다.


먹고사는 걱정은 누구나 합니다.

나만 겪는 일이 아니란 얘기입니다.

그동안 남편의 경제력에 의지하며 살아오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며 살아왔던 게

어찌 보면 안일한 삶의 태도였다는 것을 받아들이셔야 합니다.



혼자서도 잘 살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부부가 함께 해도

서로 공감하지 못하면

혼자 사는 것보다 못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나 외도를 한 배우자와 사이가 나쁘다면

당신의 외로움은 채워지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당신에게 아이가 있다면 혼자가 아닙니다.

그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당신 곁에서 든든한 가족으로 남아있을 것입니다.


7~80대가 되면 이혼을 했는지 안 했는지와 상관없이

부부로 살아왔어도 배우자가 먼저 세상을 떠나고

홀로 남아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땐 차라리 자식이 더 의지가 되는 때이기도 합니다.


"혼자 어떻게 살아?" 겁먹지 마시고


자신이 평소에 하고 싶었던 것들을 목록으로 만들어보고

하나씩 해보면서 성취감과 재미를 느껴보세요.


특히 주부들은 그동안 "자신"의 존재를 잊고

가족들에게 헌신하며 살아왔기에

처음에는 어색할지 모르지만 금세 적응이 될 것입니다.


당신은 한때 아름다운 여인이었습니다.

꿈도 많고 열정도 있던 젊은 시절의 나를 떠올리며

혼자 잘 살아갈 수 있다는 용기를 스스로에게 불어넣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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