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질문
"이혼 후 아이들 괜찮나요?
정말 많이 하는 질문이지만
"아이들 때문에라도 이혼은 안 하겠다"는 분들의
또 다른 표현처럼 느껴집니다.
부모님이 이혼하는데 괜찮을 아이가 어디 있습니까?
어려도, 좀 커도, 성인이 되어도
부모의 이혼은 자녀에게 많은 영향을 줍니다.
그걸 모르는 사람이 있나요?
답이 정해져 있는 질문을 하는 분들은
이혼 결정에 대한 책임을
아이들한테 전가시키는 것이지요.
힘들 때마다 아이들을 향한 마음은
"아이들만 아니었음 당장 이혼했을 텐데
내가 왜 참고 사는 줄 알아. 다 너희 때문이야.
그런 줄도 모르고 어떻게 나한테 이래."
아이들을 죄인으로 만들지 마세요.
아이들은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가장 약한 존재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가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자신이 원해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부모의 이혼도 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막을 힘도 없습니다.
이제 질문을 바꿔서 해봅시다.
"어떻게 하면 이혼 후 아이들이 괜찮아질까요?"
네. 우리는 이 질문에 고민을 해나가야 합니다.
또 다른 질문을 해봅니다.
"지금 아이들은 어떤가요?"
남편의 외도 후 정상적인 가정의 모습으로 돌아왔나요?
혹시 아이들이 있는데 싸우고 있습니까?
집안에서 폭력이나 큰소리가 납니까?
저는 불화가정에서 자랐습니다.
남동생들과 이불 뒤집어쓰고
부모님이 싸우는 소리를 귀 막고 들어야만 했습니다.
아버지가 폭력을 쓰는 날은 더 무섭고 공포였습니다.
그 트라우마가 날 불안도가 높은 사람으로 만들었고
날 떠나지 않을 것 같은 연인만 만나고
하고 싶은 일에 대한 도전을 못하게 막았습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혼"자체가 아이들에게 결핍을 주는 건 사실이지만
그것만이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란 점입니다.
부모님이 매일 싸우고 집안이 편안하지 못하면
아이들은 방황을 합니다.
언제 깨질지 모르는 불안감에 살게 됩니다.
배우자와 함께 잘 지낼 수 없다면
어쩌면 "이혼"이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더 나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다들 궁금해하시는
이혼 후 아이들이 어떤지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아이들이 이혼을 반대하는 이유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엄마의 삶이 억울해서가 아닙니다.
아이들도 인격체이고
부모의 이혼은 곧 자기 세상이 깨지는 것이므로
그에 대한 공포에서 시작됩니다.
비양육자에게 버림받았단 생각이 강하게 들지요.
그러니 그 부분에 대해 안심시켜줘야 합니다.
엄마는 어떻게 해서든 널 잘 돌보고 지킬 거다.
아빠는 엄마와 헤어지는 것이지만
영원한 너의 아빠다.
아빠도 널 언제나 사랑하고 지켜주실 것이다.
걱정하지 마라고 해주셔야 합니다.
(비양육자가 부모로서 의무를 다하고 싶은 경우에 해당하긴 합니다.)
아이가 당장은 못 받아들여도
시간이 지나면
부모의 이혼을 반대했던 아이라도
변화된 환경에 잘 적응해 나갑니다.
남편의 외도나 폭력이라면
아이들은 이해를 해줍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어리지 않습니다.
(청소년기 아이들에 해당합니다.)
그럼에도 결핍은 있습니다.
이혼가정의 자녀이고
아직 세상은 편견으로 가득하니 말입니다.
그 모든 걸 양육자가 해결해 줄 수는 없습니다.
양육자가 해줄 수 있는 건
아이들이 집에서 편안하게 쉴 수 있게
엄마와도 관계가 좋고
비양육자인 아빠와도 잘 지내는 것을 응원해 주고
성인으로 잘 자랄 수 있게 해주는 것 정도입니다.
결핍을 최소하 하기 위해서 우리는
면접교섭은 물론
비양육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응원해주셔야 합니다.
아이들을 볼모로 양육비를 받는다는지,
너무 미워서 아이들을 안 보여준다는지
아이들에게 비양육자 욕을 많이 한다는지
쉽지 않겠지만 안 되는 행동입니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엄마도, 아빠도 혈육입니다.
부부는 헤어지면 남이지만
아이들에게는 영원한 엄마 혹은 아빠입니다.
먼 훗날, 비양육자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아이들에게 부양의무가 있어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아이들은 나만 닮은 것이 아니라 배우자도 닮았습니다.
당신이 배우자를 욕하고 부정하면
당신은 아이의 일부도 부정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걱정된다면 모쪼록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