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드라마가 아니야...
공무원 합격을 한지 얼마 안 되어
언니가 퍼스널컬러 예약했다며 연락이 왔다.
싫다고 몇 번 거절을 했는데
환불이 안된다며
막무가내로 가자고 연락이 왔다.
"이제 시험도 합격했으니 살도 빼고 이뻐져서 싹 달라져야지!"
언니의 마음은 알겠지만
나는 정말 정말 가기 싫었다.
공부하느라 살도 많이 찌고 피부도 엉망이고 관리를 못한 데다
2년 가까이 두문불출하며 아직 바깥세상에 나갈 준비를 못했는데
그런 언니의 마음은 고맙지만 정말 싫었다.
오랜 설득 끝에 가긴 했으나
내내 불편하고 어색해서 곤혹스러웠다.
거금 13만 원이나 주고 왜 이걸 받아야 하나?
언니는 동생에게 뭔갈 해줬다는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물심양면 배우자를 위해 애쓰던 동생이 이혼을 했고
그 배신감을 언니도 느꼈으리라
공무원 합격하고 누구보다 기뻐해주었고
앞으로 꽃길만 걸어라는 심정으로
나름 거금 들여 해준 선물인데...
오히려 나는 그게 부담스럽고 싫었으니
고맙지만 미안한 마음의 빚을 느끼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 후로 선물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원치 않는 건 주지 않느니만 못하다는 걸..
배우자 외도로 이혼을 한 분들은
더 이뻐지고 더 잘 나가자
애들 성공시 켜자.
더 좋은 남자 만나서
배신한 거 땅을 치고 후회하게 만들자.
흔하게 보는 드라마 내용처럼
현실에서도 이루어지길 바라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잠시 그런 생각이 스친 적도 있었지만
현실은 어디 그렇던가?
백마 탄 왕자가 현실에 있는가?
그리고 먹고살기도 바쁜 마당에
건강만 챙겨도 다행인 거지..
아이들 둘 건사하기도 마음이 분주한데
연애는 무슨,
세상에 애 둘 있는 중년 여자에게
대가 없이 품을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하지도 않을뿐더러
이미 가장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한 만큼
마음의 문은 꽁꽁 닫혀있어 열리지도 않는데..
주변에서는 드라마처럼 그런 일들이
현실에서 일어나길 바라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검소하게 산다.
미용실도 잘 가지 않고
화장도 기본만 한다.
매일 똑같은 가방과 신발,
절약하고 알뜰하게 살아간다.
늘 항상 그 모습 그대로인 나를 보며
니 남편은 젊은 애 만나서 회춘하는지 얼굴에 반질반질 광택까지 나던데
너는 어찌 그리 변하는 게 없냐고?
그렇게 한심한 눈빛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이 원하는 결말이 아닌가 보다.
복수를 꿈꾸지 않는다.
사실, 그런 에너지가 없다.
그냥 살아내는 것까지만 하고 싶다.
아이들 학업 마칠 때까지 무사히 직장 다니고
남들에게 피해 주지만 않으면
그저 나대로 살아가고 싶다.
이제 누군가에게 맞춰주는 삶이 싫다.
어쩌면 결혼생활 동안
배우자에 제 맞추고 신경 쓰느라 불편했던 그 감정을
이혼 후까지 끌고 싶지 않기도 하다.
제삼자가 바라보는 시선을 아예 무시할 만큼
둔하거나 대차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이제 남들 시선 신경 쓰느라
내 방식을 바꾸고 싶지 않다.
인생은 드라마가 아니다.
드라마가 인기 있는 이유는
현실에서 보기 힘든
사람들의 바람을 담고 있기 때문 아닐까?
나는 복수를 꿈꾸지 않는다.
지금 이대로만 평안하게 살아가길..
아이들의 인생이 무탈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