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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한끼 Aug 04. 2024

싱글맘의 아들 키우기

아들의 성장이 당혹스럽다.

아들은 쑥쑥 잘 크는 편이었다.

1월생인 데다 발육도 좋아서

초등학교 때 반에서 제일 키가 컸다.


초등학교 5학년 접어들면서 아들은 자신의  몸을 보여주지 않았다.

샤워도 문 꼭 닫고 하고 옷을 다 갈아입고 나왔다.


초6에 접어들어 어느 날...

여느 날과 다름없이 깨우러 갔는데 아들의 음경이 부풀어 올라있었다.

아들이 일어나 씻고 나왔는데도 티가 나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에 빠졌다.


남동생에게 물어보기도 어려웠고

편하게 물어볼 남자어른이 없었다.


결국은 애들 아빠에게 그 상황에 대해 심각하게 설명했고

아빠로서 아들에게 대처법에 대해 알려주라고 문자메시지를 남겼다.


애들 아빠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건강하게 잘 크고 있는 거라고 답이 왔다.


그제야 안심이 되었다.


그 이후 아들에게 질풍노도의 시기가 찾아왔다.


화가 나면 문을 쾅 닫아버리거나

책을 찢거나 블라인드를 확 잡아당겨 찢어버리거나

정말 더 화가 나면 손으로 벽을 치거나


그런 행동에 많이 놀라고 당황했지만

아들 앞에서는 눈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 신경전에서 밀리면

  더 이상 내 아들을 제지하기 힘들고

걷잡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게임하다가 누나에게 욕을 던진 날!

그날 아들과 제일 심하게 전쟁을 치렀는데

야단을 쳐도 절대 굽히지 않는 아들을 보고

200만 원짜리 게이밍 노트북을 냅다 벽에 집어던져버렸다.


누나가 울어도

엄마가 혼을 내도

꿈쩍하지 않던 아들은

노트북이 날아가는 걸 보고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하고 안색이 변했다.


"엄마는 누나한테 욕하는 너를 키울 수 없다.

뉘우치고 달라지지 않는다면 아빠한테 가라."


자존심 강한 아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후로 아무 말 없이 아들짐을 캐리어에 넣기 시작했다.


아들을 차에 태우고 짐을 실었다.


자정이 넘는 시간 나는 차를 몰았다.


당시, 2시간 거리에 살던 애들 아빠 숙소로 데려다주려고 했다.

한 시간 남짓 지났을까.. 눈물이 맺혔다.


'내가 어떻게 해야 했을까? 한다고 했는데 왜 이럴까?

뭘 잘못한 걸까? 사랑하는 내 아들이랑 왜 이지경까지 왔을까?'


그때 아들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엄마! 아빠가 노트북 사줄 수 있을까?"



??????



백밀러로 보이는 아들의 표정에서 불안이 느껴졌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났다.


몸만 컸지 아직 꼬맹이구나.

상대방을 배려하기에는 아직 미숙하고 어리구나.

어쩌면 오늘 일은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아도 될지 몰라.


그 길로 유턴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아들은 본인을 시험한 거냐고 화를 냈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후로 3일간, 아들과 나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4일째 되던 날, 아들과 5분 남짓 대화를 나누고

다시는 누나에게 욕을 하지 말 것을 단호하게 경고했다.



그리고 중2가 된 아들은 이제 욕하지 않는다.


여전히 무뚝뚝하고 게임광이지만

본인이 꼭 해야 할 것은 하는 편이라 자유를 주는 편이다.

엄마의 말은 모두 잔소리로 받아들이니

기본적인 의사전달 외에는 말도 거의 하지 않는다.


그래도 시험을 잘 치거나 자랑할 일이 있으면

뜬금없이 전화를 한다.

(보통 때는 거의 전화도 안 하고 전화를 받지도 않는다.)

"엄마! 나 시험 잘 봤어." , "엄마! 나 혼자 지하철 타고 집에 왔어!!."

"엄마! 나 이제 수염이 난다? 신기해." 등등


물론 여전히 고집쟁이다.

그건 아빠보다 엄마인 나를 닮았다.



오늘 비상근무 마치고 퇴근하고 집에 오니

아들이 "엄마! 나 수염 깎아줄 수 있어?" 물어본다.





눈썹칼로 조심스럽게 아들 수염을 깎아준다.

면도기보다는 눈썹칼이 좋다고 아들 키우는 엄마들의 조언 덕분에

아들 수염 전용 눈썹칼을 구입해 두었다.


이제 15살, 아직은 소년이다.

아들에게 어른답게 행동하라는 건 무리일지 모른다.


여전히 과묵하고 고집쟁이지만

화나는 감정을 예전보다는 잘 다스릴 줄 알고

어디 가자고 하면 곧잘 나서기도 한다.


키는 금세 자라

아빠키를 넘어선 지 오래되었다.

옆에 서서 같이 걸으면 그렇게 든든할 수 없다.


하지만 앞으로도 아들 키우는 일이 쉽지 않겠지.


얼마나 속이 탈지

그리고 얼마나 인내해야 할지

아마 눈물을 흘리는 날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떤 경우에도

성인이 되어 아들이 내 품을 떠나는 날까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 곁을 지켜줘야지


오른쪽엔 딸

왼쪽엔 아들

그렇게 나란히 셋이 걸으면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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