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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한끼 Jul 21. 2024

루틴 속에 나를 맡기다.

우울증 극복을 위한 방법

마음이 어지럽거나 감정처리가 안되어 진정이 안될 때

막막하여 불안한 느낌이 지속될 때 

우울하거나 무기력한 느낌이 들 때


그럴 때를 대비하여  루틴을 만들곤 했다.


그 계획 속에 나를 맡기고 머릿속을 지우려고 애쓴다.


요리는 매일 새벽에 하기, 주말에는 세탁 몰아서 하기, 대청소하기

되도록 평일은 칼퇴를 하고 밀린 일은 주말에 출근해서 하기

한 달에 3번 수입이 입금되는데 그때마다 나갈 돈을 맞춰놓기

비 오거나 사람 만나거나 회식하거나 그날 이벤트에 따라 입는 옷 정해놓기 등등


그렇게 미리 정해놓고 나면 생각하는 걸 그냥 놔버린다.

불필요한 감정을 지워버리고 루틴 따라 움직인다.


최근 들어, 사람 만나는 것도 루틴을 정해둔다.


한 달에 한번 언니들과 딸계모임을 하고

한 달에 한번 직장동기들과 모임을 한다.

한 달에 한번 절친과 트레킹과 후 식사나 맥주를 마시고

일 년에 두 번 봄과 가을 고등친구들과 여행을 간다.

일 년에 한 번 내 생일날 혼자 여행을 계획했지만

큰애가 고3이라 올해만 패스하기로 했다.

일 년에 한 번 딸과 아들 함께 여행을 가고

한 달에 한번 아이들과 외식을 한다.


내가 잘 사는 걸까?

잘 살아갈 수 있을까?

세상과 너무 동떨어진 건 아닐까?

나중에 혼자 남는 건 아닐까?

어디까지 애써야 할까?


그런 고민은 그런 루틴 속에 던져버린다.


새벽에 일어나 기계적으로 움직이며 하루를 시작하고

일주일을 보내고 한 달을 보낸다.


루틴 대로만 움직여도 잘 살고 있는 거니

걱정하거나 불안해하지 말라고 나 스스로에게 속삭인다.


그리고 루틴대로 움직이고 나면

그 외의 시간에는 게으름을 실컷 피운다.


봄 여행을 함께한 나의 고등학생친구들..



이혼 후 일상이 무너졌다.

더불어 인간관계도 거의 다 무너졌다.


부부모임이나 전남편과 관련된 인맥은 다 끊어져버렸고

동네 학부모 모임도 한순간에 다 정리되었다.

내 사정을 밝힐 수 없는 인간관계도 자연스레 멀어지고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나를 멀리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는 혼자였고 오랫동안 고립되었다.

그 불안감과 두려움을 잠재우려고 루틴을 만들기 시작했고

우울하고 무기력한 나를 조금씩 잡아주곤 했다.


고민해도 해결되지 않는 걱정은 털어버리고

루틴에 나를 맡기고 살아간다.


앞으로는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것 외에

나 자신을 위한 루틴도 만들어볼 계획이다.


행복해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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