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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한끼 Jul 28. 2024

마음의 소리를 따라서

결국은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게 된다.



만 7년 전업주부였던 시절이 있었다.

틈틈이 디자인 알바는 했었으나

고정적인 수입은 아니었다.


밖에 나가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오로지 아이들만 키우던 시절,


두 아이들이 걷고 뛰고 말할 때까지

"엄마" 한마디에 모든 걸 다 해결해 주었는데

어쩌면 지금도 그 틀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문제는 싱글맘이 되고서부터이다.


"엄마"역할도 버거운데

"아빠" 역할까지 일부 감당해야 한다는 생각에

뭘 하든 시작부터 지친다.



큰아이 미술실기대회 참여차 서울에 가기로 계획되어 있었다.

딸은 당연히 엄마가 운전을 해서 편하게 대회장 앞까지 모셔다 주는 줄 알았다보다.


"편도 400킬로 넘는 거리를 엄마 혼자 어떻게 운전해?

서울 시내 지리도 모르는데

당연히 KTX 예매해 놨지."


그 말에 딸이 시무룩해졌다.


물론 딸의 입장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미술 실기대회는 짐이 많다.

캐리어와 가방은 기본이다. 그리고 꽤 무겁다.

그래서 같은 지실기대회 때에는 매번 운전해서 데려다주었기 때문이다.


서울이라 다를까?

딸은 그렇게 생각이 들었나 보다.




전남편은 운전을 좋아했고 잘했다.

덕분에 나는 운전을 더 안 하게 되어 미숙한 상태로 오랜 시절 보냈다.


사실 운전을 좋아하지 않았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불안감을 많이 느끼는 나는

도로에서 질주하거나 빈번히 끼어드는 차량을 볼 때마다 겁이 났다.


전남편과 헤어질 수도 있겠다 싶은 날 차를 구입했고

(내 차량은 2018년식이다.)

필요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운전은 하고 있지만

여전히 버스가 좋고 한두 정거장 정도는 걷는 걸 더 좋아한다.


이번 서울행은

차표예약, 숙박예약, 짐 챙기고 아이들 챙기고 맛집 찾고 등등

그 모든 것이 내 몫이라 생각해서 가기 전부터 지쳤다.



서울은 더 더웠다.

더운 날 짐을 메고 지고 캐리어를 끌고 다니며 서울을 누볐다.

땀이 줄줄 흐르고 옷에 쉰내가 나고

맛집이라 들어간 곳은 맛도 없고

예상대로 많이 힘들었는데


아이들이 제법 커서 그런지 아들은 짐을 들고

딸은 앱을 보며 길안내를 했다.


나보다 훨씬 똑똑하게 잘 찾아갔다.


그 모든 것을 혼자서만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이 클수록 나눠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차를 타고 집으로 오는 내내

내 마음의 소리가 들린다.

마음의 소리




살아오면서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 앞에 섰다.

그리고 결국 길을 선택하고 걸어오다 보니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다.


수많은 조언과 정보들이 난무했지만

결국 나는 내 마음의 소리를 따라왔다.


"동생 대학 뒷바라지만 하다가 20대 보내고 싶어?"


친정 가장으로 20대 초반을 보내는 어느날..

그 마음의 소리를 따라 뒤늦게 야간 대학을 진학했고


"네 결정에 책임을 져야지. 그 사람은 지금 네가 필요해"


결혼식을 앞두고 흔들렸는데

그 마음의 소리를 따라 전남편과 결혼을 했다.


"더이상 전업주부로 살다가는 너 우울증이 너무 심해질 거야.

식당 설거지일을 하더라도 이제 털고 사회로 나가!!"


전업주부 8년차 되던 해

나는 그 마음의 소리를 따라 경단을 끊어내고 재취업을 했다.



"이제 헤어질 때가 된 거야. 이제 놓아야 해"


그렇게 이혼을 결심하고


"당장 일자리가 중요한 게 아니야.

안정적인 일자리와 사회적 시선을 그나마 감내하기에

공무원 만한 직업이 현재로썬 최선이야.!"


그렇게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렇게 마음의 소리를 따라 길을 걷고 있었다.


지금은


"아이들은 잘 크고 있으니

너나 잘 챙겨!"


내 마음의 소리는 또다시 나에게 조언을 해준다.


잘 챙겨 먹고

건강도 챙기고

네 마음도 돌보고

즐겁게 지내도록 애써보라고


또 다시 나는 결국

마음이 시키는 대로 따라가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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