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맘이 되어 나를 알아가다.
20대의 나는 미래를 꿈꿨다.
막연하고 불안했지만 "젊음"이라는 무기를 장착한 채
설렘과 두려움을 직면하고 일과 사람들을 만나며 세상을 알아갔다.
현재는 힘들더라도 미래는 다를 거라는 희망을 품고 살았기 때문에
수많은 일들을 겪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결혼을 하고 아내가 되고 주부가 되고
두아이의 엄마가 되면서부터는 일상이 분주해서 생각할 틈이 없었다.
밤낮없이 두 아이들을 돌봐야했고
집안인을 도맡아야했으며
애들아빠와 아이들 식성에 맞춰 요리를 하고
거기다 직장에도 다녀야 했다.
새벽에 일어나 두 아이들을 챙겨
유치원, 어린이집에 보내고
직장에 달려가 종일 일하다가
저녁이 되면 옷벗기가 무섭게 저녁준비하고
아이들 씻고 재우면 하루가 지나는..
한줌의 여유가 허락하지 않는 일상을 보내면서
"나"라는 존재는 이미 뒷전이 된지 오래였다.
요즈음은 다른 일상을 산다.
더디지만 조금씩 나 자신의 의사를 물어가며
변화된 삶을 살아간다.
이혼을 하고 안전된 직장을 구하고나니
이미 아이들은 중고생이 되어있었고
내 삶의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남편"의 자리가
쑥~ 빠져나가고나니
처음에는 그 자유가 어색하고 적응하기 힘들었다.
차라리 어딘가(종교나 학교 등)에 소속되어
나에게 생긴 자유를 반납하고 싶었다.
시간이 꽤 흐르고나니
이제는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아마 이혼하지 않는 게 복수라 생각하고
끝까지 이혼하지 않고 살았더라면..
지금까지도 외도의 상처 속에 갇혀
나가지도 못하고 머물러있지도 못하면서
고통을 되새김질하며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선택할 수 없어 고통스러운 날들이 떠오른다.
다시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막막하여 한치 앞도 볼 수 없었던 그 시기..
사람들은 이제 자신을 위해 살아라고 하는데
오랜 시간 가족들을 위해 살아오던 내가
그 방법을 잊어버렸는지, 그 얘기를 들을 때마나 혼란스럽기만 했다.
나 자신을 알아간다는 건..
나 자신을 아낀다는 건..
어떤 것일까?
무슨 거창한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닐 거다.
그냥 하루를 하고싶은 대로 보내는 것이다.
오늘도 나는 나 자신에게 물어본다.
'저녁 뭐 먹고 싶어?'
'음... 감바스 먹고 싶네. 신선한 마늘 사러 가야겠다.'
'아들은 좋아하는 미트볼스파게티 해주지 뭐.'
'담주에 친구 만날까?'
'무슨 영화 볼까?'
'그리고 실컷 게으름 피우다 일찍 자자.'
오늘도 그렇게 작은 행복을 저축하며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