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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산책 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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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보라 Dec 27. 2021

와- 눈이다

내 안의 어린아이를 만나다


창밖을 보니 하얀 눈이 폴폴.. 와 눈이다~~ 정말 눈이 오네? 이번엔 기상청이 틀리지 않았다. 거실에서 내려다본 놀이터에는 벌써부터 눈놀이가 한창이었고, 아들과 딸이 신나서 나가겠다고 아우성이다. 음... 썰매를 끌어주어야겠네? 마침 주말이라 아이들을 아빠에게 넘겼다. 나는 집에서 눈 구경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갖겠어.



다음날 아침 여느 날과 다름없는 새벽을 보내다가 잠이 깬 아이를 재우고 나오니 거실에 햇살이 가득하다. 창밖을 보니 와아- 온통 하얀 세상이다. 왜 몰랐지? 밤새 함박눈이라도 내린 걸까? 어제와는 또 다른 풍경이다. 얼른 외투를 걸치고 나가봐야겠어. 겨울을 만끽하러 간다.





가장 먼저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을 찾는다. 아무 흔적도 없는 곳이 아직 많이 있다. 소복이 쌓인 눈밭에 내 발자국 남기기. 뽀드득뽀드득 신난다 재미나다 기분까지 상쾌해진다. 구름 너머 해님이 고개를 내밀고 하얗기만 한 이곳에 햇살을 비춘다. 하얀 세상이 빛난다. 더더욱 하얗게 반짝인다.





매일 걷던 길, 오늘이야 말로 겨울 산책답다. 하얀 옷을 입은 나무들 아래를 걷는다. 언제나 푸른 소나무들, 그리고 그 옆에 유난히 선이 굵은 나무를 발견했다. 어? 이런 나무가 있었나? 눈이 쌓이니 나뭇가지의 굵은 선과 감춰있던 선들이 하얗게 드러난다. 나뭇잎에 가려있던 나무줄기의 본 보습을 이제야 제대로 보는구나. 벗은 나무이지만 그 자체로 예술이다.





추운 겨울인데 열매가 많이도 열려있다. 오늘따라 돋보이는 건 왜일까. 매일 보던 것들이 달리 보인다. 빨간 열매, 하얀 눈, 푸른 하늘이 눈에 들어온다. 빨강 하양 파랑이 그야말로 조화롭다. 자연이 선물해 준 천연색에 반했다. 있는 그대로 존재하는 아름다움이 이런 걸까? 자연스러워서 더 아름다운 색이다.





어렸을 때부터 사계절 중에 겨울이 제일 좋았다. 그 이유는 오로지 '눈'이 오기 때문이었다. 추위를 많이 타는 내가 겨울을 좋아했던 걸 보면 눈이 정말 좋았나 보다. 하얗게 쌓인 눈은 환상의 나라를 선물해준다. 온 세상이 하얀 걸 보면 내 마음도 하얗게 변하는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며 현실적인 어른으로 자라며 그 마음이 흐려졌고 지금은 겨울보다는 봄이 좋다. 겨울엔 추워서 바깥활동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눈 오는 날이면 출근길 퇴근길 고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이 내리면 또 내 안의 어린아이가 나타나 나를 설레게 한다. 작년엔 눈이 많이 왔는데 올해도 많이 오려나? 벌써부터 또 하얀 눈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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