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학교를 옮기는 이유

수식어는 중요하지 않다

by 아침이슬

"엄마는 왜 계속 학교를 옮겨?"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처음에는 H 중학교에 다녔잖아. 그러다가 초등학교도 다녔고. O고등학교에 갔다가 또 K 고등학교로 가고. 왜 계속 학교를 옮기는 거야?"

"선생님들은 다 학교를 옮겨. 한 곳에서 오랫동안 있을 순 없거든."


학교에서 근무하는 동안, 자녀들과 학교 이야기를 자주 나눴다. 가장 큰 이유는 엄마가 하는 일을 제대로 알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예전처럼 하교 후 집에서 맞아주지 못하는 이유를, 엄마가 밖에서 제법 보람된 일을 하고 있음을 이해하길 바랐다. 엄마가 교사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지는 것도 은근히 기대했다. 우리 아이들과는 연결고리가 전혀 없는, 원거리의 중고등학교였기에 학교 이름과 그곳의 분위기를 공유했다. 가끔 태권도장에서 마주치는 중학생 오빠를 마치 다른 세상 사람인 것처럼 느끼는 초등학생에게, 중고등학교에서의 사소한 에피소드는 엄청난 화제였다. 그렇게 한 번씩 학교 이야기를 해주다 보니, 아이들에게도 데이터가 쌓였나 보다. 엄마가 그동안 근무했던 학교들이 계속 바뀌었음을 아이도 알고 있었다. 숨길 이유는 없었지만 궁금해할 줄은 몰랐다.


당황스러웠다. 아이가 궁금한 것이 어떤 것인지 헷갈렸다.

엄마가 한 학교에 오래 머물지 않고 옮겨 다니는 이유가 궁금한 걸까? 아니면 그저, 교사가 한 학교에 쭉 머물지 않는 이유가 궁금한 걸까? 40세 넘어 처음 기간제 교사가 된 후, 총경력은 1년 남짓이다. 그것도 2학기에만 근무했다. 시간강사, 급하게 얻게 된 기간제 교사 자리는 근무 기간과 시간이 들쭉날쭉했다. 그래도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학기 중에는 엄마도 일하고 방학에는 함께 쉬는 것으로 충분히 설명이 되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아이의 질문에 괜히 머리가 복잡해졌다. 기간제 교사라서 그렇다고 말해야 될까. 기간제 교사는 뭐라고 설명을 해야 될까.


며칠 전, 호봉획정을 위한 증빙서류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학교에 정이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들의 행태에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다. 부당함을 참는 성격이 아니지만, 근무도 시작하기 전인데 불만을 표현하면 남아있는 기간 동안 손해 보는 건 나라는 생각에 참았다. 기간제 교사가 아니었다면 겪지 않았을 일이고, 그래서 새 학기를 앞두고 기간제 교사의 현실을 되뇌던 중이었다. 아이의 질문이 더 강하게 다가왔던 이유를 깨달았다.


수식에서 너무 치우쳐 있었다. 내가 학생이었을 때도, 기간제 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칠 때도, 모두가 '교사'에 관심을 가졌지, '기간제'라는 수식어는 중요하지 않았다.


"아까 엄마한테 물어봤던 거 있잖아. 엄마가 왜 학교를 계속 옮겼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게 궁금한 거야?'

"아 그거? 우리 선생님은 초등학교에만 계속 있는데, 엄마는 중학교도 가고 고등학교도 가고 그러잖아."


그거였다. 내가 반나절 고민했던 그 질문의 요지를 이제야 파악했다.


"초등학교 선생님은 초등학생만 가르치는 거야. 그런데 중학교랑 고등학교 선생님은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을 다 가르칠 수 있어. 그래서 중학교에 갈 수도 있고 고등학교에 갈 수도 있는 거야."

"그런데 엄마가 전에 초등학교도 다녔잖아?"

"엄마가 초등학교에 갔던 건 가르치러 간 게 아니라, 수업이 힘든 아이를 도와주러 간 거였어. 앞에서 담임 선생님이 수업하시고, 엄마는 그 학생 옆에서 도와주는 거라서 가능했던 거야."

"아~ 알겠어!"


속이 후련했다. 모를 땐 물어봐야 한다. 질문의 요지를 파악하는 일은 중요하다.

10살에게 많은 가르침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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