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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예석 Jan 03. 2024

존버는 승리할까?!

03.

 재미 삼아 유튜브에서 내 띠에 해당하는 올해 운세 콘텐츠들을 몇 개 보았더니, 우주의 기운이 몰려 전국팔도 무속인들의 콘텐츠들이 깔때기처럼 내게 꽂힌다. 일단 2024년 나는 금전운이 좋고 미혼자들은 평생의 인연을 만나 백년가약을 맺을 가능성이 높다 하니, 기세 좋게 1 클릭에 1 긍정기운 추가요! 하는 마음으로  밀려오는 운세 콘텐츠를 쉬지 않고 탐닉한다.


 결혼운이 좋다는 건 작년부터 주주장창 들어오는 이야기니 일단 접어두고, 금전운이 엄청 좋다길래 쥐똥만 한 저축액을 어떻게 굴려 이놈의 부자운을 극대화할지 발칙한 고민을 골똘히 하고 있는데, 부자는 개뿔.


 자칫하다간 천재지변에도 출근지옥을 견디며 10년 넘게 대갓집의 월급노예 생활의 대가인 피땀은 기본이요, 눈물까지 한 바가지 흘려 모은 재산이 속절없이 반토막 나게 생겼다.

 

 몇 년 전, 집도 절도 없이 떠돌 순 없다는 조급함에 남들 다 탄다는 영끌 급행열차에 같이 탑승하여 수도권 재건축 아파트를 매수했다. 나름 사업의 진척도가 빨라 보이는 곳을 선택했는지만 근 몇 년 동안 사업이 지지부진하더니 급기야 선정된 건설사에서 원자재값 상승으로 공사비를 엄청 올렸다. 결국 시공사 교체 및 재선정이 필요했고, 설상가상으로 기존 조합 세력에 반기를 든 반세력들이 등장하여 기존 조합을 해임해야 한다고 조합원들 편 가르기가 한창이다. 그 와중에 사업 진척이 늦어 총경비가 늘어났고, 결국 권리가액이 반에 반토막이 났다. 조합원 분담금도 초기 예상보다 훨씬 올랐지만 급행열차 내릴 타이밍을 놓쳐 일단 눈물의 존버 상황이다.


 과연 존버는 승리할까?


 정말 강한 자가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일까?


 야망에 비해 마음이 여린 나는 매우 자주, 조금만 방심하면 그때 ~할 껄. 같은 껄무새가 된다. 새해 결심 리스트에 일단 '지난 선택에 후회하지 말자.'가 있는데 new year 3일 만에 바로 껄무새로 귀환했다.


 집값이 하락할 줄 알았으면 좀만 더 버텨서 수도권 말고 서울에 영끌할 껄.

 

 청약 조건 완화되고 소형평수 추첨제도 생길 줄 알았으면 재건축 아파트 매수 말고 청약을 노릴 껄.


 재건축 관련 법률이 개정되어 매도 가능했던 타이밍에 본전 생각 말고 바로 던져서 현금화하고 발 빠르게 다른 곳에 투자할 껄.


 현금청산 했어야 하나?

 

 기타 등등. 지난 모든 선택에 ~할 껄.이 다시 스멀스멀 고개를 들어 머리가 지끈지끈하다. 여기에 보태 요즘 한창 상승세인 비트코인도 작년에 조금씩이라도 사둘 껄. 미국 주식을 더 공격적으로 매수할 껄. 몇 년째 오른다는 삼성전자 주식은 6만 원대에 영혼을 갈아 물 타기 해서 평단을 최대한 더 낯춰둘껄.


 무슨 꼬꼬무도 아니고 껄껄껄이 아주 꼬리에 꼬리를 물며 끝이 없다.




에효.


 그래도 소 뒷 걸음에 쥐잡 듯 발 담근 재건축에 대해 공부도 많이 했고, 언젠가는 이 모든 재건축 과정을 글로 풀어 소재로 삼을 수 있다고 마음을 다독이는 중이다. 세상 사는 것이 너무 어렵고 낼 모래 마흔인데 뭐 하나 쉬운 일이 없다.


 두툼한 조합 회의자료를 꼼꼼히 읽어보고 곧 있을 조합 총회에는 처음으로 직접 가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동안 서면 결의서만 제출했는데 아무래도 이대로 좌시해서는 안 되겠다. 내 눈으로 돌아가는 행태를 똑똑히 보고 현장 분위기를 살피리라 결심했다.


 이럴 때는 갑자기 또 쫄보가 되어 피붙이 누구라도 같이 가줬으면 하는데 안내문을 정독하니 공간이 협소하여 조합원 본인 혼자 오란다. 예예~ 알겠습니다요.


 평일이라 반차를 내고 가야하는데 그래, 지금 재산 반토막 나게 생겼는데 반차가 문제랴. 소중한 내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지구 반대편으로 오라 해도 연차 내고 가야지.

 

 일단 존버태세다.


 물음표는 거두고 느낌표만 가져간다.


 존버는 승리한다? 존버는 승리한다!


 2023.01.03 한줄 평.

 존버하여 최후에 껄껄껄 웃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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