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당신은 무슨 일을 하나?

15년 후 세상

by 채현

“일을 한다”는 말의 의미가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무엇을 만들고, 옮기고, 계산하고, 정리하는 행위를 일이라고 불렀다. 인간이 직접 수행하는 행위가 생산의 중심에 있었다. 일을 한다는 말의 핵심은 수행능력이었고, 대부분의 직업은 수행을 기준으로 가치가 평가되었다. 이 구조는 20세기 내내 유지되었다. 생산과 고용은 서로를 지탱했다. 많은 사람이 노동시장에 진입하고, 일정 연차가 지나면 승진하며, 어느 순간 기획을 맡는 방식이었다. 경험과 성실함이 곧 기회의 원천이었고, 중산층이 형성되는 기본적인 방식이었다.


그러나 AI 시대에 이 구조는 빠르게 해체되고 있다. 일의 중심이 “수행”에서 “기획과 평가”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텍스트 분석, 영상 편집, 코딩, 설계 등 과거에 인간이 직접 수행해야 했던 작업은 이미 절반 가까이가 자동화되었거나 자동화 준비 상태에 있다. 단순 작업뿐 아니라 비정형 작업까지 포함된다. 업무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것을 수행하는 주체가 인간일 필요가 없어지는 변화가 진행 중이다. 이 변화가 의미하는 것은 인력 수요 감소가 아니라, 인력 구성의 해체다. 기업은 더 이상 다수의 수행 인력을 고용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과거에는 다수의 수행 인력을 뽑고, 그중 일부가 자연스럽게 기획과 평가의 역할을 맡았다. 입사하면 언젠가 올라갈 수 있다는 서사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 기업은 처음부터 기획과 평가 능력을 가진 소수만 채용한다. 수행 인력을 뽑고 내부에서 성장시키는 방식은 사라지고 있다. 이 말은 고용 자체가 줄어든다는 의미가 아니다. 고용의 구조가 바뀐다는 의미다. 수행 인력과 기획 인력의 비율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10명 중 8명이 수행이었다면, AI 시대에는 그 비율이 반대로 될 것이다. 10명 중 8명이 기획·평가, 2명이 수행하는 구조가 아니라, 2명만 기획·평가를 하고 나머지는 필요 없다는 구조에 가깝다. 필요한 수행은 AI와 자동화가 대신한다.

이 변화가 체감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자신의 직장에서 현재 인력 구성을 직접 살펴보는 것이다. 기획과 평가를 담당하는 사람은 보통 팀장급 이상이고, 부서의 방향을 결정한다. 대부분의 직원은 일을 ‘수행’한다. 그러나 AI가 이 수행 기능을 가져가면, 기업은 더 이상 다수의 인력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 승진 모델이 사라진다. 입사하면 연차를 쌓고, 팀장을 거쳐 부서장이 되는 경로가 끊어진다. 이것은 단순히 일자리가 줄어드는 문제가 아니라 중산층으로 살아남는 경로 자체가 붕괴되는 문제이다.


기업은 해고가 어려운 나라일수록 다른 방식으로 대응한다. 한국의 경우 대표적인 방식은 채용을 중단하고 조직을 고정시키는 것이다. 사람은 자르기 어렵기 때문에 처음부터 뽑지 않는다. 그 결과는 청년층에게 직격탄이 된다. 현직을 보호하기 위해 미래 세대의 진입로가 막힌다. 해고가 어려울수록 고용은 경직되고, 고용이 경직될수록 기획과 평가 능력만 별도로 채용된다. 이 말은 “시간이 지나면 올라갈 수 있다”는 희망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더 큰 문제는 기업이 노동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려 한다는 점이다. 기업은 협상하지 않는다. 노동을 제거한다. 이것은 기술 선택이다. 로봇과 AI,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는 이유는 인건비 절감이 아니라, 노동을 변수에서 제거하기 위해서다. 변수를 제거하면 예측 가능성이 생기고, 예측 가능성이 생기면 수익성이 올라간다. 기업의 관점에서는 이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공장을 폐쇄하거나 해외 이전을 결정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노동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빠른 방식은 노동을 없애는 것이다. 노동이 없는 공장은 협상이 필요 없다.

당연히 기업은 이동이 쉬운 구조를 선호한다. AI와 핵심 인력만 있으면 공장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 생산과 고용을 지역과 연결할 필요가 없다. 회사는 한 지역에 정착하지 않아도 된다. 기업은 더 이상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필요에 따라 떠났다가, 필요에 따라 돌아온다. 이는 기업의 생존 전략이자 효율성의 극대화 방식이다. 그러나 이 변화는 사회 전체에 큰 비용을 요구한다. 생산과 고용이 분리되면, 지역은 기능을 잃고 공동체는 붕괴한다. 특정 기업의 철수로 도시 전체가 흔들리는 이유다.


이 흐름에서 개인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더 이상 성실함이 아니다. 성실함은 전제 조건일 뿐이다. 미래의 역량은 문해력과 메타인지의 조합이다. 이 두 능력이 없다면, 기획과 평가의 역할을 할 수 없다. 수행이 줄어들수록 기획과 평가가 중요해지고, 기획과 평가의 인력 풀이 좁아질수록 채용은 더 적어진다. 이 말은 개인에게 성장의 시간이 거의 주어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일을 묵묵히 잘한다”는 능력만으로는 생존이 어렵다. 일이란 개념 자체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는 많은 사람에게 불편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만이 대안을 만든다. 일을 정의하는 방식이 변하면, 사회가 사람에게 요구하는 역량도 바뀐다. 단순 수행 중심의 고용 구조는 유지되지 않는다. 기업은 더 적은 사람을 뽑고, 더 높은 역량을 요구한다. AI 시대의 일은 더 복잡해지는 것이 아니라, 더 적은 사람에게 집중되는 방식으로 변화한다.

일을 논할 때 “어떤 일을 할 것인가”보다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AI는 ‘일’을 대체하지만, ‘역할’을 대체하지는 않는다. 앞으로 사회가 해야 할 일은 사람에게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해야 일의 개념 변화가 단순한 위기에서 새로운 구조로 전환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확인해 달라. 이 글에서 미래의 일이라고 부르는 것이 무엇인지, 왜 수행이 아니라 기획과 평가라고 말했는지 이해되었다면, 댓글로 자신의 생각을 적어달라. 가능하면 개념을 명확히 정의해 달라. 질문이 정확하면, 답도 정확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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