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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서술 기법 공부를 위한 소설 추천

by 아침산책

글쓰기를 업으로 삼는 작가들이라면, 문체와 서술 기법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요소입니다. 좋은 문장은 단순히 단어를 예쁘게 배열한 결과물이 아니라, 작가의 의도와 작품 세계관이 교차하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이야기의 길잡이’ 역할을 합니다. 독자의 감정을 움직이고, 때로는 생각의 방향을 송두리째 바꿔놓기도 하는 탁월한 문장은 우연히 탄생하지 않습니다. 이는 다년간의 독서, 다양한 시도의 글쓰기, 그리고 폭넓은 장르 체험을 통해 익힌 결과물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소설을 읽어야 문체와 서술 기법을 체득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스타일을 익히려면 그것을 잘 구사하는 작가의 글을 많이 접해봐야 하고, 실제로 ‘좋은 본보기’를 오랜 시간 연구하는 방식이 가장 빠른 학습법이 되기도 합니다. 또한, 한 작가의 문체만 반복해서 읽는 것보다는 서로 다른 서술 기법을 활용하는 여러 작가의 작품을 비교·분석하는 편이 시야를 넓히는 데 훨씬 더 효율적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러한 관점에서 ‘문체와 서술 기법을 공부하려는 작가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소설 추천 목록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고전부터 현대문학, 국내 작품부터 해외 작품까지 다양한 스타일을 모아봤으니, 본인에게 맞는 학습 목표를 가지고 작품들을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1. 헤밍웨이,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문체 포인트: 극도로 절제된 문장, ‘아이시스 스타일(I.C.S.)’로 불리는 간결성의 극치


헤밍웨이는 짧은 문장과 군더더기가 거의 없는 서술로 유명합니다. 그가 말하는 “빙산 이론(Iceberg Theory)”은 대화와 행동 중심의 서술을 통해 독자 스스로 상황을 추론하게 만드는 기법입니다. 이 작품을 읽는 동안에는 한 문장, 한 단락이 어떤 정보를 전달하고 있는지, 독자에게 그 이상의 무언가를 상상하게 만드는지 유심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기교를 체득하면, 간결하면서도 시각적인 글쓰기를 구사할 때 큰 도움이 됩니다.


2.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문체 포인트: 우아한 묘사와 현란한 비유, 상징을 통한 감정의 전달


피츠제럴드는 반짝이는 문장과 시적 표현을 통해 1920년대 미국의 분위기, 그리고 당대인들의 욕망과 사랑을 세련되게 그려냅니다. 대화와 묘사, 서술자의 감정이 섬세하게 얽혀 있는 부분이 많아, 문체적 아름다움과 이야기가 어우러지는 과정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특히 작중 ‘개츠비’라는 인물을 설명하거나 파티 장면을 묘사하는 부분은 화려한 언어 구사와 상징이 결합되어 있어, 다채로운 문체를 익히는 데 안성맞춤입니다.


3. 한강, 「소년이 온다」


문체 포인트: 단정하면서도 울림이 큰 문장, 서정성과 비극성이 조화를 이루는 서술


현대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한강은, 가슴을 울리는 서정적 문체와 깊은 사회적·정치적 함의를 결합해 독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소년이 온다」에서는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문장 한 문장에 절제된 감정과 묵직한 메시지를 담아냈습니다. 소설 곳곳에 배어 있는 절망과 희망이 함께 엉켜 있기 때문에, 작가의 시선이 어떻게 서술에 녹아드는지 관찰하기 좋습니다. 특히 인물 간 대화보다는 묵직한 심리 묘사와 서술이 중심이 되므로, “작가는 문장을 이렇게 만들어내는구나”라는 통찰을 얻기에 충분한 작품입니다.


4. 이상, 「날개」


문체 포인트: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문체, 내면 독백과 의식의 흐름 기법


근대 한국문학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 중 하나가 이상(李箱)의 「날개」입니다. 기존의 전통 소설과는 전혀 다른, 실험적인 문체와 작중 인물의 내면이 그대로 노출되는 기이한 서술은 ‘의식의 흐름(Stream of Consciousness)’을 공부하는 데 좋은 예시가 됩니다. 화자가 자신의 존재와 삶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혹은 인식하지 못하는지를 세심하게 추적해보면, 작가의 독특한 언어구사와 문장 배치를 엿볼 수 있을 것입니다.


5. 무라카미 하루키, 「노르웨이의 숲」


문체 포인트: 간결함 속의 감성, 일상어와 철학적 사유가 섞인 독특한 리듬


무라카미 하루키는 현대 일본 문학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 중 한 명으로, 그의 소설은 일상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비현실적 요소와 감각적인 문체가 특징적입니다. 특히 「노르웨이의 숲」은 청춘의 사랑과 상실, 우울을 담은 작품으로, 절제된 문장 안에서 감정을 폭발시키는 방식이 돋보입니다. 번역된 글임에도 불구하고 작가 특유의 리듬감을 느낄 수 있을 만큼, 대화와 묘사의 균형이 탁월합니다. 이러한 흐름을 연구하다 보면, 독자에게 감정을 전이시키는 미묘한 기술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6. 알베르 카뮈, 「이방인」


문체 포인트: 직관적인 1인칭 서술, 사유와 행위의 건조한 대조


실존주의 문학의 대표작 중 하나인 「이방인」에서 카뮈는 주인공 ‘뫼르소’의 무심한 듯하지만 예리한 내면 독백을 통해, 세상과 단절된 한 인간의 시선을 냉정하게 묘사합니다. 이 작품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인물의 감정보다 사건과 관찰 사실 자체를 건조하게 전하는 문체입니다. 감정이 너무 과하게 배어들지 않도록 철저히 배제하는 듯한 서술이 오히려 독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는데, 이는 ‘서술 태도’가 얼마나 이야기를 좌우하는지 배울 수 있는 훌륭한 사례입니다.


7. 양귀자, 「원미동 사람들」


문체 포인트: 한국 사회의 일상성을 포착하는 정감 어린 문체, 서민적 언어와 생동감


양귀자의 단편 소설집 「원미동 사람들」은 1980년대 한국의 서민들이 살아가는 풍경과 그들의 애환을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 작품 모음집입니다. 건조하거나 화려한 서술은 아니지만, 생활밀착형 언어와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문체가 큰 강점입니다. 이를 통해 독자는 ‘평범한 일상’을 어떻게 작품 속에서 ‘특별한 서사’로 부각시킬 수 있는지 배울 수 있습니다. 인물의 사소한 심경 변화나 대화가 이야기를 끌어가는 방식을 참고해보면, 작가 지망생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8. 조지 오웰, 「1984」


문체 포인트: 직관적이지만 강력한 사회 비판, 암울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디테일 묘사


디스토피아 소설의 정수로 꼽히는 「1984」는 전체주의 체제가 개인의 자유와 사상까지 조작하는 암울한 미래를 그립니다. 오웰은 복잡하고 장황한 표현보다는 직설적인 언어와 사실적인 묘사로 독자의 긴장감을 높이며, 중립적인 문장으로도 충분히 강력한 비판 의식을 드러낼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엄습하는 불안과 폐쇄적인 분위기를 어떻게 문장과 설정으로 구축해가는지 분석하다 보면, 서사의 구조와 문체가 만나 작품의 ‘공기’를 형성하는 방식을 배우게 됩니다.


9. 박완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문체 포인트: 서정적 회고록 형태의 서술, 어린 시절의 감각적 기억 복원


박완서는 한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으로, 이 작품은 자전적 회고록 형식의 소설이자 어린 시절의 보편적 감성을 살뜰히 담아낸 텍스트입니다. 문체 자체가 담담한 회상을 기반으로 하지만, 회고록 특유의 정감과 향수가 배어나도록 서술되어 있어, 독자의 마음을 부드럽게 파고듭니다. 이를 통해 과거의 감각을 재현하는 다양한 방식 — 예컨대 촉각, 후각, 시각 등에 대한 디테일 — 을 관찰해볼 수 있습니다. 회상 기법과 성장 서사에 관심이 있는 작가라면 놓칠 수 없는 작품입니다.


10. 도스토옙스키, 「죄와 벌」


문체 포인트: 긴장감을 높이는 심리 묘사, 인물의 윤리적 딜레마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서술


러시아 문학이 가지고 있는 깊은 사색과 인간의 내면에 대한 치열한 탐구를 대표하는 작품입니다.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의 범죄와 그에 따른 심리적 갈등을 매우 자세히 묘사하는데, 독자는 그의 머릿속에서 울려퍼지는 혼란스러운 목소리를 생생히 따라가게 됩니다. 문장이 길고 상세한 내면 기술이 많지만, 그만큼 ‘인물 심리’라는 서사의 축을 어떻게 전개하는지 배울 수 있는 사례가 가득합니다. 다만 서사 구조가 방대하니, 가급적이면 시간을 길게 잡고 꼼꼼하게 공부하시길 권장합니다.


결론: 문체·서술 기법을 익히는 최적의 방법


작가가 문체와 서술 기법을 공부하는 최적의 길은 ‘많이 읽고, 많이 써보는 것’입니다. 여기서 ‘많이 읽기’는 단순히 독자의 입장에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적 시각으로 문장을 해체·분석하는 행위를 포함합니다. “저 문장은 왜 이렇게 구사됐을까?”, “서술자가 이 시점을 택한 이유는 뭘까?” 등 끊임없는 질문과 답변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작법 노트를 점차 풍성하게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위에 제시한 작품들은 각기 다른 시대적 배경, 문학적 전통, 그리고 작가의 관점에서 탄생했습니다. 따라서 인물의 심리를 묘사하는 방식부터 서술 구도, 문장 호흡과 리듬까지 다채로운 구성을 공부할 수 있습니다. 어떤 작가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어도 좋고, 여러 작품을 병렬적으로 비교해도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의식적 독서’와 ‘비교·분석’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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