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흔히 보는 뻔한 소설 쓰는 법에 관한 조언 (예: 매일 써라, 많이 읽어라 등)에 질리셨나요? 이 글에서는 기존 공식에서 벗어난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글쓰기 기법들을 소개합니다. 전혀 새로운 방법으로 당신의 소설을 써보세요.
관습적인 글쓰기 규칙에 얽매이면 독창성이 발휘되기 어렵습니다. 때로는 일부러 규칙을 깨 보는 연습이 도움이 됩니다. 예컨대 소설가 척 팔라니억 (Chuck Palahniuk)은 6개월간 ‘생각하다(thinks), 이해한다(knows)’ 같은 심리 동사를 사용하지 말라고 과감한 훈련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인물의 내면을 직접 쓰는 대신 구체적인 행동과 감각 묘사로 보여주는 법을 극단적으로 익히라는 뜻이지요. 그는 “더 이상 지름길은 없다. 오직 행동, 냄새, 맛, 소리, 촉감 같은 감각적 디테일만 남는다”고까지 말했습니다. 이런 파격적인 ‘보여주기’ 연습은 진부한 문장을 탈피하도록 도와줍니다.
소설을 처음부터 순서대로 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앞부분이 막힌다면 일단 결말을 먼저 써보고 거꾸로 이야기를 채워 넣는 식으로 전개를 구상해 보세요. 실제로 소설가 사라 폭스(Sarah Anne Fox)는 이야기를 끝까지 다 쓴 후, 핵심 장면들을 역순으로 배열하여 플롯을 짜는 ‘백워드 엔지니어링’ 기법으로 슬럼프를 돌파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순서를 뒤집어 보면 이야기를 새롭게 바라보게 되고, 중간 전개도 탄탄하게 채울 수 있습니다.
소설의 내용에서도 한계를 시험해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의 작가 리처드 토마스는 “내가 절대 쓰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그 장면을 한번 써 보라”라고 조언합니다. 누구나 쓰기 망설여지는 소재나 충격적 장면이 있기 마련인데, 바로 그 지점을 파고들어 보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폭력, 성적 내용, 사회적 금기를 다루면서 스스로도 두렵거나 불편한 감정을 느껴본 적이 있다면, 오히려 그 소재를 정면 돌파해 글로 써보세요. 이런 도발적인 시도는 당신을 안전지대 밖으로 이끌어 더욱 강렬한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물론 충격적인 요소를 남발하는 것은 경계해야 하지만, 평소 피하던 주제를 용기 내 다뤄보면 이야기에 깊이와 진정성이 생깁니다. “내가 이건 차마 못 쓰겠다” 싶은 것을 써보는 연습은, 표현 영역을 넓혀주고 독자에게도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습니다.
잠들었을 때 우리의 뇌는 깨어있을 때와 다른 방식으로 활발히 움직이며 기발한 이미지를 만들어냅니다. 실제로 문학과 예술 분야에서 꿈은 놀라운 창작 원천이 되어왔습니다. 예를 들어 프랑켄슈타인 이야기는 메리 셸리가 꾼 악몽에서 탄생했고, 유명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나 영화감독 구로사와 아키라 등도 꿈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합니다.
소설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꿈 일기를 써보세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기억나는 꿈 내용을 메모로 남겨두는 것입니다. 꿈속의 황당한 장면이나 감정의 파편들은 언젠가 독창적인 소설 소재로 재탄생할 수 있습니다. 꿈에서 얻은 비논리적이고 초현실적인 이미지를 이야기 속에 활용하면 독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무의식을 직접 글로 풀어내는 실험도 해볼 만합니다. 대표적인 방법으로 오토마티슴(Automatisme), 즉 자동기술법이 있는데, 이는 논리적 판단을 내려놓고 떠오르는 대로 초고속으로 글을 써 내려가는 창작 방법입니다. 말 그대로 의식의 필터를 거치지 않고 무의식의 흐름을 종이에 쏟아내는 것이죠. 한 일본 작가는 이 기법을 활용할 때 “반쯤 잠든 상태에서 음악을 들으며 머릿속에 떠오르는 장면과 이야기를 중얼거린다. 그리고 그 소리를 녹음해 두었다가 깨어나서 흥미로운 부분을 건져내어 글감으로 쓴다”고 합니다. 이렇게 하면 평소 억눌려 있던 엉뚱하고 신선한 이미지들이 떠오르는데, 비록 처음에는 앞뒤가 안 맞는 난삽한 글이라도 나중에 다듬으면 독창적인 소재가 됩니다. 자동기술법의 포인트는 내면의 검열을 잠시 꺼두고 무의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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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공식을 충실히 따르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장르를 뒤섞거나 형식을 깨 보는 실험이 창의성을 자극합니다. 예를 들어 크로스 장르에 도전해 보세요. 로맨스에 SF 설정을 섞거나, 추리소설을 시(詩)처럼 서정적으로 써보는 식입니다. 장르의 규칙을 교차시키면 전혀 색다른 이야기가 나오고, 기존 독자층을 넘어서는 가능성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이런 혼종 장르 작품을 “슬립스트림(slipstream)”이라고도 하는데, 어느 장르에도 딱 들어맞지 않는 독특한 분위기가 오히려 매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런 장르 파괴적 시도는 소설 쓰기에 새로운 자극을 줄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방법으로, 일부러 글쓰기에 제약을 가하는 것도 있습니다. 이런 제약이 창의력을 높여주기도 하는데요. 작가 버나데트 메이어는 “자신의 글에서 형용사를 모두 제거해 보라”는 식의 연습을 제안했습니다. 이렇게 특정 단어나 글자 사용을 금지하면 언어를 색다르게 다루게 되어 새로운 표현이 탄생합니다. 혹은 한 챕터를 아예 하나의 문장으로만 이어 쓰거나, 대화문 없이 서술만으로 채워보는 등 자체적인 규칙을 걸어보세요. 이러한 창작 제약은 글쓰기 근육을 단련시키는 게임과도 같습니다.
아예 글을 조각내서 섞는 기법도 있습니다. 비트 세대 작가 윌리엄 버로스는 종이를 가위로 오려 문장을 뒤섞는 이른바 “컷업(cut-up) 기법”을 썼는데, 이렇게 랜덤 하게 배열된 단어 조각들은 의외로 새로운 이야기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컷업은 1920년대 다다이스트들의 기법에서 발전된 것으로, 완성된 문장을 단어 단위로 잘라 모자처럼 섞은 후 무작위로 이어 붙여보는 창작 놀이입니다. 이런 무작위성 속에서 예측 불가능한 문장과 이미지들이 탄생하여 독특한 작품을 만들어냅니다. 한 번쯤 자기 원고를 잘라서 재배열해 보세요. 절대 못 보던 신선한 문장이 튀어나올지 모릅니다.
소설은 보통 혼자 쓰지만, 가끔은 남과 함께 써보는 실험도 큰 자극이 됩니다. 둘 이상의 사람이 릴레이 식으로 이야기를 이어가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실제로 작가 버나데트 메이어는 “두 사람이 하루씩 교대로 같은 이야기 주제로 일기를 써보라”며 공동 저널 작성을 제안했는데, 이런 식으로 서로 번갈아 소설을 써나가면 예상치 못한 전개와 아이디어가 쏟아집니다. 예컨대 A가 첫 문단을 쓰고 B가 다음 문단을 써 이어가는 식으로 한 편의 이야기를 완성해 보세요. 각자 다른 인생 경험과 상상력이 합쳐지면서 캐릭터는 입체적으로 변하고, 이야기는 더욱 풍부해집니다. 실제로 스릴러나 판타지 작가들이 협업 소설을 쓰기도 하는데, 이런 협업 과정에서 혼자 쓸 때보다 더 재미있고 방대한 스토리가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참고로 구글 독스를 사용하면 이런 공동 창작을 쉽게 할 수 있습니다.
글은 텍스트로 이루어지지만, 시각적 사고를 도구로 쓰면 플롯 구성에 큰 도움이 됩니다. 영화감독이 촬영 전에 스토리보드를 그리듯, 소설가도 장면을 그림으로 스케치해 볼 수 있습니다. 단순한 그림으로 인물 배치나 사건 흐름을 만화 칸처럼 그려보세요. 실제로 많은 작가들이 포스트잇이나 카드에 각 씬을 적어 벽에 붙였다 떼며 이야기 순서를 바꾸거나 구조를 점검합니다. 이렇게 시각화된 플롯 지도를 만들면 이야기의 시작-중간-끝이 한눈에 들어와서 전체적인 균형을 잡기가 쉽습니다. 특히 스토리보드 기법은 복잡한 줄거리를 정리하고 전개 속도를 조절하는 데 유용합니다. 또한 장면 카드를 이리저리 재배열해 보는 과정에서 “어? 이 사건을 앞부분에 미리 살짝 보여주면 더 흥미롭겠는데?” 같은 통찰이 떠오를 수도 있습니다. 글로만 생각할 때는 막연했던 것들이 그림이나 도식으로 보면 논리적으로 정리가 되는 효과를 느껴보세요.
이상으로 전통적인 틀을 깨는 다양한 소설 쓰는 방법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소개한 실험적인 글쓰기 방법은 창의성에 새로운 계기를 열어줄 수 있습니다. 슬럼프를 겪고 있는 작가들도 문제 해결의 실마리로 이런 기법들을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소설 작법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탄생시켜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