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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는 왜 서서 소설을 썼을까?

노벨상 작가 5명의 기묘한 집필 습관

by 아침산책

세상을 뒤흔든 위대한 문학 작품들. 그 뒤에는 어떤 비밀스러운 의식들이 있었을까?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작가의 모습은 깔끔한 책상에 앉아 조용히 글을 쓰는 모습이다. 하지만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들의 현실은 전혀 달랐다. 그들은 특이한 자세로 글을 쓰고, 엄격한 규칙을 따르고, 때로는 상식을 벗어나는 방식으로 창작했다. 오늘 그 습관들을 알아보자.


1. 헤밍웨이의 서서 쓰기


1954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헤밍웨이는 서서 소설을 썼다.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평생에 걸친 일관된 작업 습관이었다.

Paris Review 인터뷰에서 기자는 그의 작업 공간을 이렇게 묘사했다. "헤밍웨이는 큼직한 신발을 신고 아프리카 영양인 쿠두의 닳은 가죽 위에 서 있다. 타자기와 높은 독서대는 그의 가슴팍 높이에 설치되어 있다."

이 습관은 처음부터 그의 일관된 작업 방식이었다. 편집자 맥스웰 퍼킨스도 서서 일했는데, 그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서서 쓰는 것이 허리 통증을 완화하면서 동시에 정신적 예리함과 집중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바로 그의 문학적 정밀함과 규율을 신체로 표현하는 방식이었다.


2. 존 스타인벡의 한 페이지 원칙


1962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 존 스타인벡은 한 가지 규칙을 정했다. 매일 적어도 한 페이지씩 쓸 것.

이것은 단순해 보이지만 가장 강력한 습관이었다. 한 페이지의 목표는 자신을 타자기 앞에 묶어두었다. 완벽함을 추구하지 않았다. 그는 "처음 쓴 초안은 그냥 빠르게 거칠게 내려놓고, 나중에 수정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아침마다 편지를 써서 글쓰기 모드를 준비한 후, 본 작업에 들어갔다. 영감을 기다리지 말고, 손가락이 키보드를 두드리게 하라는 지극히 실용적인 철학이었다.


3. 토니 모리슨의 새벽 글쓰기


1993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 토니 모리슨은 "빛이 신호다"라고 말했다. 모든 창작의 시작이 빛이라고.

그녀는 새벽 전, 아직 어두울 때 일어났다. 반드시 어두워야 했다. 그 어둠 속에서 커피를 만들고, 마시고, 천천히 빛이 들어오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것이 그녀의 창작을 위한 의식이자 영혼의 여행이었다.

"이 의식은 나를 속세가 아닌 신성한 공간으로 데려간다"고 그녀는 표현했다. 마치 명상하는 승려처럼, 토니 모리슨은 빛이 오기 전의 고요한 시간에서 위대한 문장들을 발견했다. 그녀는 이 습관이 필요했다. 어린 자식들이 있을 때는 오직 새벽만이 자신의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4. 앨리스 먼로의 3시간 글쓰고, 3마일 걷기


2013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캐나다 단편 소설가 앨리스 먼로는 자신을 강박증 작가라고 불렀다.

매일 아침 8시부터 11시까지. 정확히 3시간. 그리고 매일 3마일을 걸었다. 어떤 날씨에도, 어떤 기분에도. 이것은 단순한 일과가 아니라 의식이었다.

세상에는 자유로운 영혼의 예술가들이 있다. 하지만 먼로는 이 강박적 규칙이 오히려 자유를 선물한다고 믿었다. 몸과 마음이 예측 가능한 리듬 속에서 춤을 추면, 상상력은 더욱 자유로워진다는 그녀의 역설. "당신이 모든 의식과 일과를 지키면, 아무것도 당신을 빼앗아갈 수 없다"고 그녀는 말했다.


5. 가즈오 이시구로의 크래시: 4주간의 극단적 집중


2017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 가즈오 이시구로는 극도로 집중된 글쓰기 방식을 택했다. 그는 이를 '크래시(Crash)'라고 불렀다.

4주간을 순전히 글쓰기만 위해 헌신한다. 오전 9시부터 밤 10시 30분까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점심 1시간, 저녁 2시간만 쉰다. 글 쓰는 시간에는 전화를 받지 않고, 메일도 열지 않는다. 심지어 집 밖으로도 나가지 않는다.

4주간의 집중적인 글쓰기는 매우 실험적인 방식이었다. 이시구로는 "쓸 때는 스타일이나 논리적 일관성을 신경 쓰지 않았다. 형편없는 문장, 끔찍한 대사, 진전되지 않는 장면들이 있었지만, 그냥 두고 계속 나아갔다"고 말했다. 창작이란 일시적 광기를 필요로 한다는 그의 신념의 표현이었다. 그 4주 후, 그는 《영국 집사의 남은 날들》의 거의 전체 초안을 손에 쥐고 있었다.


위대함은 반복적인 습관에서 비롯된다


이 여섯 명의 작가들을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보인다. 그들은 모두 일반인들이 쉽게 따라 하기 어려운 습관을 만들고 엄격하게 지켰다.

서서 쓰고, 어두운 새벽에 시작하고, 쓰고 걷고, 철저한 규칙을 정하고, 극도의 집중을 추구한다.

이런 습관들은 극단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이 작가들은 창작이 일상적인 방법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창작은 꾸준한 습관이고, 때로는 편집광적인 의식이어야 한다는 믿음. 그것이 그들을 위대한 작가로 만들었다.

당신의 글이 왜 자꾸만 평범해질까? 혹시 너무 편안한 조건 속에서 쓰고 있진 않을까? 위대한 작가들은 불편함을 견뎌냈다. 비정상적인 의식을 만들고 지켰다. 그리고 그 불편함의 끝에서 위대함을 발견했다.

아마도 당신의 첫 번째 페이지는, 서서 써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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