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삶을 가까이서 본다면
슬픈 일을 감춘 채 아이들 앞에서 수업을 해야 한 적이 있었다. 약간은 과장된 표정으로 교실에 들어가는 스스로를 보며 광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기하는 시간도 아닌데, 나는 아이들 앞에서 연기를 해야 했다. 그러고 나서 가게 된 교직원 연수 시간, 술이 얼큰하게 돌려가는 시간에서도 슬픔을 감춘 또 다른 어른으로서 연기를 해야 했다. 나의 연기가 불쌍하게 여겨졌는지 나의 사정을 혼자 알고 있던 교장 선생님만 조용한 목소리로, 장기자랑 시간에 한벌인 제외 해달라고 작은 목소리로 선생님들께 얘기했었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정말 연기하지 않는 진실로 나의 진짜 모습을 가진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가족 앞에서는 물론이거니와 친구들에 따라서도 맞춰가며 연기를 해야 한다. 좋아하지 않는 사람 앞에서도 환하게 웃으며 나는 당신을 존경한다는 악수를 보내야 할 때가 있는가 하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친구들의 분위기에 맞추어 같이 뒤에서 욕을 해야 할 때도 있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우리는 대부분 시간을 연기자로 사는 것이 아닐까? 이런 맥락으로 영화를 접근해보면, 어떤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오는 길에 어떤 사람은 "와 연기 잘하네? "라고 말하기도 하고, 어떤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에는 "이거 다큐멘터리 같다"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다큐멘터리와 영화(극영화)는 사실 구분이 없는지도 모른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다큐와 극영화의 경계를 허문 시도를 한 사람이다. 극 중 주인공 남자는 얼떨결에 영화 감독 행세를 하게 되며 한 가족에게 촬영으 하자며 사기를 친다. 평소 그 감독을 흠모했던 가족은 나중에 그 남자가 사칭을 한 사기꾼임을 깨달은 후, 남자를 고발한다. 이 뉴스를 접한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실제 이 남자를 찾아간다. 그리고 이 내용을 영화로 만들면 어떨지 제안한다.(이 장면도 영화에서 등장한다) 그리곤 이 남자가 가족들에게 고발당한 재판 장면을 실제로 촬영한다. 재판이 끝나고, 이 남자가 사칭했던 진짜 감독이 이 남자를 찾아와 위로해준다. 그리고 진짜 감독은 이 남자와 함께 가족을 찾아가 사과를 한다.
특히 이 영화에서는 보는 내내 어디부터가 연기이고 어디부터가 실제인지 도저히 감을 잡기가 어렵고 종래에는 연기와 실제의 구분이 무의미하다는 생각까지 들게 만든다. 우리는 멀리서 보면 거짓인지 실제인지 구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 있게 말하지만, 사실 자세히 들여다보면(클로즈-업) 우리는 거짓과 실제가 혼재된, 연기와 실제의 구분이 무의미한 삶을 살고 이는 것은 아닐까? 극영화와 다큐멘터리의 구분은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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