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과 Jun 12. 2019

이웃집 토토로

아빤 꽃가게 주인이야


 초등학교 3학년, 춘천의 놀이터에서 열심히 놀고 있는 내게 한 아주머니가 오셔선 미국에서 이사왔다며 본인 아들이라며 친구를 소개시켜주었다. 아무렇지 않게 한 순간에 친구가 될 수 있는 시절, 그 친구집에는 미국에서 온 말로 표현이 안되는 각종 작은 캐릭터 장난감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작은 베란다 한 공간이 다 장난감이였다. 친구집에 놀러가면 우리는 그 인형들로 끊임없는 역할놀이를 했다. 아마도 각자 중얼거리며 놀았던것 같은데 장난감으로 마치 토이스토리 같은 연극을 하면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그리고 가끔 그 친구집에서 자게 되면 친구 부모님이 잠든 틈을 타, 우리는 전쟁영화처럼 포복을 하고 불꺼진 집안을 기어다녔는데, 그 작은 집이 얼마나 우리에게 커다란 정글 같은 곳이였는지 모른다. 방문틈 사이로 친구 어머니가 보는 드라마 같은 것이 새어나오고, 그 불빛을 피해 우리는 조용히 기어다녔다.


 토토로는 이런 아이들의 환상의 세게로 가득찬 것들을 표현한 영화이다. 우리는 유년의 시절을 이런 환상과 공상의 언어로 자라난다. 점점 현실과 이성의 틀에 갇혀 어른이 될 무렵, 우리는 이런 환상과 공상의 언어를 잊어버리게 된다. 모든 것이 환상이였을 시절, 꽃을 따서 아빠에게 주면 아빠는 꽃가게 주인이 되었을 시절, 우리는 잊혀진 대부분 시절을 이렇게 보냈을 것이다. 그래서 토토로라는 환상의 등장인물은 사실, 메이의 언어라고 표현해도 될 것 같다.


아빤 꽃가게 주인이야

 

 토토로로 세상을 보고 이해하는 아이들의 언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아이들의 환상과 공상의 세계를 거짓이라 단정짓지 말고, 그 환상을 함께 보진 못해도 아마 토토로가 부는 피리소리정도는 들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일본 사람들은 특히 이런 성장의 시간속에 인생의 비밀들이 들어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많은 예술작품들에 성장의 흔적이 남아있는 물건 뿐 아니라, 성장의 시절을 지나는 이 시절들에 대해 많은 호기심이 있다고 한다. 유년시절의 자라나는 성장속에 인생의 흘러가는 비밀같은 것들이 담겨있음을 감독은 직관적으로 깨달은 것일까? 그 비밀을 가지고 오랜 시간 아이들을 차분하게 관찰한 사람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에니메이션. 그래서 이 작품은 30년이 지나도 전혀 닳지 않는다. 앞으로도 오랜 시간 이럴 것이다. 에니메이션이 영화보다 더 진실에 가깝게 표현가능함을 보여주는 작품같다.


 Copyright 2019.양과.All right reserved.

매거진의 이전글 클로즈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