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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과 Feb 15. 2019

라자르 선생님

스승의 자격

 한 선생님이 본인의 교실에서 자살을 했다. 학교는 아이들을 상담해주고 이 사건을 쉬쉬하기에 바쁘다. 죽음에 대해 외면하고 덮는 것이 아이들을 위한 것일까?라는 질문이 생길 때쯤, 자살한 선생님을 대신해 온 외국인 라자르 선생님이 오게 된다. 라자르는 알제리에서 테러로 인해 망명 신청을 한 사람이다. 라자르 선생님은 아이들이 죽음에 대해 외면하는 것이 잘못되었다 느끼곤 아이들과 죽음에 대해 토의하고 죽음을 안고 가야 함을 아이들에게 역설적으로 말하게 된다. 이러한 사건들로 교장선생님과 학부모들의 눈에 벗어나게 된 라자르 선생님은 교사 자격증도 없는 망명 상태의 외국인임이 들통나고 학교에서 쫓겨나게 된다. 


 마지막 시간, 라자르는 본인이 국어시간에 아이들과 같이 과제를 하며 적어온 우화를 읽어준다. 숲에는 나무가 있었고, 나비가 될 번데기가 있었는데... 불이 덮쳐 숲은 다 타버리고 번데기는 죽은 이야기. 그리고 불에 번져 홀로 남은 나무는 계절이 지나 날아오는 새들에게 나비가 될 뻔했던 번데기를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처음으로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게 된다. 사실 라자르는 알제리에서 테러를 통해 자녀와 부인을 다 잃고 홀로 망명해온 사람이다. 마지막에 가서야 자신의 이야기를 우화를 통해 담담히 들려주는 라자르 선생님, 그 우화를 통해 선생님의 삶을 엿 본 한 아이 한 명만이 마지막 홀로 교실에 남은 선생님을 찾아온다. 


본인의 실수로 선생님이 자살했을거라 생각하지만 말을 못하는 아이


 사실 교사자격증도 없었던 라자르, 투박하고 엉성한 교실 속에서 진실되게 관계를 맺음의 의미를 충실히 보여주는 라자르 선생님을 통해 우리는 교사의 자격은 어디서부터 주어지는 것인지 다시 고민하게 된다. 대학교에서 교육 관련 수업을 들었고, 교과서 내용을 외워서 임용고시 시험을 봐도 그 과정 중에 관계 맺음에 대해 알려주는 과정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모든 학교 공간에서 관계에 대한 고민보다는 신속하게 답을 내리는 연습을 하게 된다. 교사들이 단절되고 무표정하게 답을 제시하는 교장 선생님을 볼 때 느끼는 감정처럼,  아이들은 우리에게 그런 모습을 보는 것이 아닐까? 우리도 그런 선생님들을 만나왔듯이.


 한 제자가 내게 말했다. 선생님, 어떤 선생님은 스승이 되고, 어떤 선생님은 그냥 교사가 되는 것 같아요. 아이에게 그 차이점을 물어보았지만 아이도 명확히 그 차이점을 말로 표현하지는 못했다. 스승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나도 상처 받는 사람임을 인정하고, 나의 이야기를 아이들에게도 들려주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자격은 아닐까. 나의 상처를 통해 타인의 상처를 바라보고,  내게도 여전히 답을 내리기 어려운 것들이 많음을 겸손히 인정하는 정직한 교사에게. 우리는 스승이라는 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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