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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Roo Oct 12. 2019

성장을 위한 가지치기

#식물 키우기에서는 '잘 끊는 것'이 중요하다.

물 주기나 햇빛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뻗어나가는 줄기를 잘 끊어야 한다.

'가지치기'와 '순 따기'.


ㅁ 화분을 돌려가며 전반적인 모습을 보면서 가지치기를 해준다.

특히 식물의 안쪽을 신경 쓴다.

안쪽의 가지와 잎이 지나치게 무성해지면 햇빛도 잘 안 들고, 물을 준 뒤 통풍도 잘 안돼서 병에 걸리기 쉽다.

결국 식물의 바깥쪽은 싱싱해 보여도 안쪽은 과습으로 잎이 갈색이 돼서 떨어지거나 상태가 안 좋아진다.


통풍이 잘 되도록 싹둑.



나의 가지치기 기준은 대략 손가락 정도 길이로 자라면 1/3로 잘라준다.

잘린 가지는 일단 성장을 멈추고 잘린 부분을 기준으로 두 줄기를 내민다. 그러면서 가지도 굵어진다.




ㅁ 순 따기는 새로 나는 잎을 똑 따주는 것이다.

가지치기처럼 새 잎이 2방향으로 나온다. 숱도 풍성해지고 가지치기보다 자른 곳이 티가 덜 나서 애용하는 방식이지만, 너무 자주 하면 스트레스에 성장을 멈춘다.



가지를 굵게 하려면 가지치기, 숱을 풍성하게 하려면 순 따기.

둘 다 잠시 멈추지만 더 큰 성장을 보여준다.

당장은 듬성듬성 초라해 보이고 잘린 부분이 아프지만 시간이 지나면 가지와 잎은 더 풍성해진다.








여름 동안 과습과 병충해로 잎사귀가 거의 다 갈변돼서 떨어지며 힘들어하던 피나타 라벤더.

몇 번 다듬어줬지만 영 회복이 안돼서 결국 짧게 정리했다.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싶던 피나타 라벤더.

햇빛이나 바람이 강하지 않은 곳에 두고 살폈다. 잎사귀가 많지 않으니 물도 당분간 끊고 잎 끝이 살짝 시들면 물을 주면서 약간은 건조하게 뒀다.




그리고 한 달 뒤, 새 잎으로 풍성해진 피나타 라벤더.

전체적인 모양도 봉긋해지고 새 잎사귀도 잘 낸다.








#책상 정원의 화분들을 보면서 '잘 끊기'는 나 자신에게도 필요하다고 느꼈다.

무리하는 건 알지만 거절을 못해서,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서, 지나치게 인간관계를 챙기다가, 등등.

나에게는 종종 마음과 머리가 너무 빽빽해질 때가 온다.

그럴 때는 선선한 바람이 들고 나오게 가지치기를 해줄 필요가 있다.



 생각이나 계획이 지나치게 걷잡을  없이 뻗어나간다면  따기.

잠시 생각을 멈추고 이 계획의 목표가 뭔지 단단하게 정리하고 나면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어떤 계획은 필요 없는지, 어떻게 결정을 해야 할지 보인다.





 때로는 잘린 상태로.

너무 복잡해서 잘 안보일 때도 있었다.

잘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잘 되려고 애쓰다가 지쳐버렸다.

강한 햇빛이나 바람 같이 에너지를 소모하는 상황은 자제하고 새 순이 나도록 건조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그렇다고 어둠 속으로 들어가지는 않도록 조심!





  나만 그대로인  같고, 앞서가는 남들만   같은 기분이  때도 있었다.

내 모습만 그대로인 것 같은 건 잎이 풍성해져도 '피나타 라벤더'라는 품종은 바뀌지 않듯이 '나는 여전히 나'이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지나서 보면 분명 새로운 가지가 생겨있고, 예전보다 풍성해진 모습이 보인다. 나한테만 안보였을 뿐..







 마음에 바람이 잘 들도록, 마음이 단단해지도록, 건강히 성장할 수 있도록 가지치기와 순 따기가 필요하다.


정말 내가 원하는  어떤 것인지를 떠올리면서, 가끔씩은 멈춰서 나를 요리조리 화분 돌리듯이 돌아보면서 나를 살펴봐야지!



Have a Green-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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