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주기나 햇빛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뻗어나가는 줄기를 잘 끊어야 한다.
'가지치기'와 '순 따기'.
ㅁ 화분을 돌려가며 전반적인 모습을 보면서 가지치기를 해준다.
특히 식물의 안쪽을 신경 쓴다.
안쪽의 가지와 잎이 지나치게 무성해지면 햇빛도 잘 안 들고, 물을 준 뒤 통풍도 잘 안돼서 병에 걸리기 쉽다.
결국 식물의 바깥쪽은 싱싱해 보여도 안쪽은 과습으로 잎이 갈색이 돼서 떨어지거나 상태가 안 좋아진다.
통풍이 잘 되도록 싹둑.
나의 가지치기 기준은 대략 손가락 정도 길이로 자라면 1/3로 잘라준다.
잘린 가지는 일단 성장을 멈추고 잘린 부분을 기준으로 두 줄기를 내민다. 그러면서 가지도 굵어진다.
ㅁ 순 따기는 새로 나는 잎을 똑 따주는 것이다.
가지치기처럼 새 잎이 2방향으로 나온다. 숱도 풍성해지고 가지치기보다 자른 곳이 티가 덜 나서 애용하는 방식이지만, 너무 자주 하면 스트레스에 성장을 멈춘다.
가지를 굵게 하려면 가지치기, 숱을 풍성하게 하려면 순 따기.
둘 다 잠시 멈추지만 더 큰 성장을 보여준다.
당장은 듬성듬성 초라해 보이고 잘린 부분이 아프지만 시간이 지나면 가지와 잎은 더 풍성해진다.
여름 동안 과습과 병충해로 잎사귀가 거의 다 갈변돼서 떨어지며 힘들어하던 피나타 라벤더.
몇 번 다듬어줬지만 영 회복이 안돼서 결국 짧게 정리했다.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싶던 피나타 라벤더.
햇빛이나 바람이 강하지 않은 곳에 두고 살폈다. 잎사귀가 많지 않으니 물도 당분간 끊고 잎 끝이 살짝 시들면 물을 주면서 약간은 건조하게 뒀다.
그리고 한 달 뒤, 새 잎으로 풍성해진 피나타 라벤더.
전체적인 모양도 봉긋해지고 새 잎사귀도 잘 낸다.
#책상 정원의 화분들을 보면서 '잘 끊기'는 나 자신에게도 필요하다고 느꼈다.
무리하는 건 알지만 거절을 못해서,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서, 지나치게 인간관계를 챙기다가, 등등.
나에게는 종종 마음과 머리가 너무 빽빽해질 때가 온다.
그럴 때는 선선한 바람이 들고 나오게 가지치기를 해줄 필요가 있다.
ㅁ 생각이나 계획이 지나치게 걷잡을 수 없이 뻗어나간다면 순 따기.
잠시 생각을 멈추고 이 계획의 목표가 뭔지 단단하게 정리하고 나면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어떤 계획은 필요 없는지, 어떻게 결정을 해야 할지 보인다.
ㅁ 때로는 잘린 상태로.
너무 복잡해서 잘 안보일 때도 있었다.
잘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잘 되려고 애쓰다가 지쳐버렸다.
강한 햇빛이나 바람 같이 에너지를 소모하는 상황은 자제하고 새 순이 나도록 건조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그렇다고 어둠 속으로 들어가지는 않도록 조심!
ㅁ 늘 나만 그대로인 것 같고, 앞서가는 남들만 보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었다.
내 모습만 그대로인 것 같은 건 잎이 풍성해져도 '피나타 라벤더'라는 품종은 바뀌지 않듯이 '나는 여전히 나'이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지나서 보면 분명 새로운 가지가 생겨있고, 예전보다 풍성해진 모습이 보인다. 나한테만 안보였을 뿐..
마음에 바람이 잘 들도록, 마음이 단단해지도록, 건강히 성장할 수 있도록 가지치기와 순 따기가 필요하다.
정말 내가 원하는 게 어떤 것인지를 떠올리면서, 가끔씩은 멈춰서 나를 요리조리 화분 돌리듯이 돌아보면서 나를 살펴봐야지!
Have a Green-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