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한 겨울에 꽃을 피우는 피나타 라벤더는 고온 + 다습한 여름을 힘들어한다.
올해는 그래도 작년보다는 덜 더웠고, 물을 건조하게 준다고 신경 썼지만, 여름 기세에 결국 잎을 시들 거리며 상태가 영 안 좋길래 과감하게 싹둑!! 가지치기를 했다.
잎사귀는 멀쩡했는데, 중간의 줄기가 물러버렸다. 싹둑.
향이 좋아서 그리면서 기분 좋았는데, 아쉽게도 물꽂이는 안됐다.
상한 잎이나 줄기가 생기면 바로 잘라준다.
노랗게 시들면서, 까맣게 오그라들면서 잎사귀 상태가 안 좋았다. 싹둑.
영양분이 손실되는 것을 방지하고, 무른 잎이나 줄기가 더 퍼지지 않도록 싹둑싹둑.
화분을 엎어보니 뿌리가 다 녹아서 잎은 물을 올리지 못하고 건강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성근 흙으로 갈아주고 흐느적거리는 잎, 줄기 싹둑.
좀 심하게 잘랐나? 밤에 앞머리 셀프 커트할 때의 기분인데? 자를 때는 신났다가 앗?! 하는 당황스러운 기분.
8월의 피나타 라벤더는 깡뚱하게 어색한 모습이었다.
에그... 뿌리가 얕으니 줄기에 힘이 없어 지지대에 묶어줬다. 물 주는 기간을 늘려서 건조한 상태를 만들어주려고 신경 썼다. 그래야 뿌리가 더 이상 무르지 않고 돋아날 테니까.
생명력 강한 허브니까 믿고 기다려야지.
한 달 뒤, 9월의 라벤더는 힘이 없어 보이는 연한 색의 잎사귀였지만, 그래도 계속 돋아났다.
까맣게 무른 잎사귀나 노랗게 시들어 떨어지는 잎도 있었지만, 그래도 계속 새 잎을 만들었다.
기운이 없어 보여도 살아나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에 햇빛과 바람이 가장 좋은 곳에서 요양시켜줬다. 사람이나 식물이나 아플 때는 조심하면서 잔잔한 햇빛과 바람이 필요하다~
10월의 피나타 라벤더는 고맙게도 키도 좀 크고 잎이 많아졌다!
가루 비료를 약하게 주면서 잎들을 살폈다. 가끔 노란 잎들이 있긴 해도 다행히 검게 시든 잎은 없었다. 뿌리가 회복한 신호! 휴~
창문 밖에 둔 효과를 봤다. 따뜻한 볕과 선선한 바람 덕분에 라벤더가 회복을 잘했다.
그런데 야외에서 키우다 보니 정체를 알 수 없는 작은 흰 날벌레들이 잎에 꽤 있어서 창문을 열 때마다 잎을 거칠게 쓰다듬어서 날리는 건 필수였다. 잎을 먹거나 진딧물처럼 딱히 피해를 주는 건 아니었는데, 물을 주려고 화분을 들이면 작업실 안에서 팅커벨처럼 반짝거리며 파티를 하길래 처음에는 소름이 쫙 끼쳤다. 다행히 알아서 창문 밖으로 잽싸게 날아가긴 했는데 그래도 동시에 날아오르는 날벌레들은.. 어우~
그리고 이제는 줄기도 제법 힘이 생겨서 샤워기 목욕도 할 수 있었다. 그간은 줄기가 약해서 물줄기에 휙 넘어가버리는 모습이 불안하고 또 과습이 될까 봐 저면 관수로 목을 축이는 정도로만 흙을 적셔줬다. 난 보통 샤워기로 물을 줄 때는 태풍 온 것처럼 위아래 사방에서 휘날려 뿌린다.
10월 말, 순 따기로 풍성해진 라벤더.
조금씩 순 따기도 해 주니 더 풍성해졌다!
순 따기는 새 순을 떼고 두 줄기가 나오게 하는 방법이다. 화분을 돌려가며 둥그렇게 모양을 생각하며 순 따기를 한다. 이제 순 따기를 할 때 제법 특유의 쑥 향 같은 진한 향기가 난다. 피나타 라벤더의 이 향이 좋다~
이제는 자라는 기세로 보니 완전히 회복했다.
고마워~
8월의 모습과 11월의 풍성한 모습.
하하, 8월에는 정말 초라해서 잎사귀를 셀 수 있는 정도였는데!
8월 말에 시작했으니, 거의 100일이다.
100일 동안 나도 계속 꼼지락거리면서 풍성해져야지.
매 달 변화를 보여주며 열심히 풍성해진 녀석은 벌써 꽃봉오리를 내민다.
나도 한 달마다 변화가 보이도록 열심히 해야겠네~ 고마워!
책상 정원 일기. 가지치기로 다시 풍성해진 피나타 라벤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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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환기가 필요할 때, 수채화 꽃 글그림과 함께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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