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Roo Dec 20. 2019

아픔을 딛고 진해진 장미

올봄, 양재 꽃 시장에서 데려온 장미는 연한 분홍색으로 봄기운을 알리기에 잘 어울리는 색이었다.

큼직한 꽃 송이도 너무 맘에 들었고, 잎사귀도 풍성해서 한동안은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았다.

책상 정원에서 단번에 1위가 된 장미~





그런데 온실 속에서 전문가의 손길에 자랐던 장미는 미안하게도 내 손에 오면서 상태가 안 좋아졌다.

그리고 여름의 병충해로 4줄기 중에서 2줄기만 남았다.

한 줄기는 아직도 노릿노릿하며 불안하다. 추위에는 강하지만, 여름의 더위와 습기, 응애의 습격에 순식간에 가버리는 장미.

잎의 흰 점같이 보이는 곳이 벌레가 즙을 빨아먹은 곳이다. 뒤집으면 까만 점 같은 벌레가 있다. 

잎맥의 결 때문에 일반 샤워로는 잘 떨어지지 않는다.

잎 뒷면에 거품 비누를 바르고 30초 정도 뒤에 샤워시키면서 잎을 하나씩 다 손으로 닦아서 벌레를 떼주었다.

그래도 또 생긴다.

또 생기면 또 닦았다.





남은 두 줄기 중에서 하나는 잎을 떨구면서도 계속 새 잎을 냈다.


그러더니 10월에 뜻밖의 꽃봉오리를 만들었다. 세상에. 4월에 꽃을 봤었고 아직 건강하지 않은 상태인데도 꽃을 만들다니!

한 달을 걸려서 천천히 꽃봉오리를 틔운다. 

그런데 꽃의 색이 확연히 달랐다. 예전의 여리한 분홍꽃이 아니네?

지독한 병충해를 겪은 장미는 이제 진한 색의 꽃을 준비한다.

진한 색은 왠지 예전보다 강인해진 느낌을 받는다.





잎사귀가 커지기도 전에 떨어져도 또 새로운 잎을 만든다.

실패에도 계속 도전한다면 실패가 아니었다.

시간이 오래 걸렸어도 결국 꽃을 틔운 장미를 보며 힘을 얻는다. 고마워!



청순했던 장미 @ 스트라스모어 500




매거진의 이전글 가지치기로 다시 풍성해진 피나타 라벤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