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오늘의cafe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Roo Mar 19. 2020

달고나 커피와 카탄지 feat.집순이

집순이가 되면서 기꺼이 홈 바리스타가 되었다.

재택근무에 적응이 되면서 패턴이 정해졌는데, 점심 후에 가족들과 한낮의 홈 카페 타임을 갖는다.
이전에는 주말이 아니라면 갖기 어려웠던 시간이다.
불안하고 힘든 시기지만, 가족적인 분위기로 말랑해진다.  

오늘은  달고나 커피를 도전!

내 팔은 소중하니까 검색을 해보니 물이 뜨거운 게 관건이라고 한다.
모카포트의 뜨거운 에스프레소를 아주 약간, 설탕은 4스푼이면 2인분이 되려나.

작업실 햇빛과는 다른 집의 햇빛을 받으며 모카포트를 내리는 시간이 좋다.



열심히 젓다가 식어서 전자렌지로 다시 데우고 휙휙 젓는다. 잔을 기울이니 잘 된다.
아무 생각이 없어지네. 이래서 단순 반복을 좋아한다.

생각보다 금방 설탕의 색이 변했는데, 너무 적게 만들어서 모양은 안 났다. 풍성하게 올리려면 도대체 얼마나 설탕을 넣어야 하는 거야.. 
신기하게 저 반죽은 음료 위에 뜬다. 숟가락에 붙은 걸 먹어보니 아작거리는 달고나 맞네.
음료를 만들고 잽싸게 엄빠를 부른다. 이게 요즘 유행이라는 둥, 400번 젓는 커피라는 둥 생색 커피 대령이요~
200번도 안 저었으면서. 어쨌든 엄마 아빠는 다행히 좋아하신다.

요즘 엄마 아빠께 나름의 신기술을 보여드리며 나이 들어 늦재롱을 부리고 있다.

나중에 이 시간이 소중하게 기억되겠지.  

달고나 커피는 한 잔만 만들고, 난 남은 에스프레소와 우유와 물을 부어서 맛있게 마셨다.
우유의 밀도가 부담스러울 때는 물을 같이 넣어준다.
에스프레소 잔보다 약간 큰 잔인데 찰랑찰랑 가득 따르니 꽤 든든하다.
달고나 소스 덕분에 크리미한 느낌이 있다.







헤어 미스트는 진즉에 비워내고 알콜 스프레이로 바꿨다. 손 소독 젤이 보이는 대로 문지른다.

마스크 2장을 사러 줄을 선다.

아침 일찍 줄을 서서 다행히 50명 한정의 마스크도 받을 수 있었다.

힘든 시기가 오면 민낯을 볼 수 있게 되는 상황이 오는데, 약국에서도 느꼈다.

어릴 때부터 다녔던 A 약국은 짜증도 같이 준다. 

연신 허공에 분풀이를 하며 불평을 쏟아내고, 내 앞의 아줌마의 작은 실수에도 꽥 소리를 지른다.

50명 선착순에 들어서 다행이었는데, 불행해지고 있다. 다음에는 귀마개도 하고 와야 하나..

단 3명이 있는 작은 약국에는 온갖 불편한 감정들로 가득 찼다.

연세도 많으신데, 빠른 입과 느린 손의 멀티플레이를 놓치지 않고 잘 하신다. 

큰 에너지를 작은 에너지 쪽으로 옮기면 더 좋을 것 같은데...

난 요즘 침 삼키는 것과 숨 쉬는 멀티플레이가 안돼서 사레가 잘 들리는데 말이다.

작업실에서도 "콜록, 이거.. 사.. 사레.. 콜록콜록" 

"언니 1339에 신고해야겠다."

"... 도망쳐..." 

침 사레는 왜 이리 안 멈추는지, 둘은 왜 이리 박자가 안 맞는지.  



B 약국은 마스크를 받기 더 편해지는 시스템으로 발전하고, 친절하기까지 하다.

B 약국은  A에 가려져 있는지도 몰랐는데, 부모님은 원래 거기는 약 설명도 잘해주고 친절한데 요즘 시기에도 다정한 곳이라며 이미 알고 계신다. 

나도 앞으로 약 처방을 받으면 무조건 B로 갈 테다!  

빛나는 B 약국~!  



사람들도 우르르 들어가기보다 한 명씩 들어가기로 바꿨다. 다른 가게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줄 방향도 바뀌었다.

서로 거리를 두면서 감사 인사도 꾸벅. 말은 안 건네도 따뜻하다.






A 약국을 다녀온 날, 공복 상태인데 무방비로 불평 폭격에 노출됐더니 얇아졌다.

과연 이 시기가 끝나긴 할까? 하는 불안감도 있다.

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는데 뾰족해봐야 외로워질 뿐이다.
나도 주변에 친절하게 대해야지.



달콤하고 느끼한 크림과 빵이 날 살려준다.
브리카도 눈치가 있는지, 오늘은 정말이지 기가 막히게 잘 내려졌다. 5분이 넘도록 크레마를 유지하다니!

에스프레소 맛도 끝내준다.

호두가 들어간 파운드 케이크 한 조각에 생크림을 얹으면 파운드 빵 특유의 거친 텁텁함이 사르르.
슈크림이 발라진 쫄깃한 도넛 한 입 먹고, 입안에 크림 맛이 남아 있을 때 에스프레소를 홀짝.

구운 삼겹살의 기름이 쌀밥과 김치와 만나면 환상적이듯,

커피와 빵과 크림의 조합은 "음흐흐~"소리가 저절로, 눈과 입이 가로로 가늘게 풀어진다.





카페인 

탄수화물 

지바아아앙이 나를 구원하리니~

매거진의 이전글 제주 아일랜드 셔벗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