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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다람 Nov 11. 2024

지난날의 행복은 갚을 수 없어서

우리 아빠가 그랬는데, 행복을 참고 인내한 만큼 나중에 더 큰 행복이 돌아오진 않더래. 지금 힘들게 아등바등 산다고 반드시 그만큼, 그 이상으로 이자가 붙어서 행복으로 돌아오는 게 아니라고. 




최종 면접에서 탈락했다. 회사는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신중하게 최후의 1명을 저울질했다. 너무 신중했던 걸까, 지원자인 나는 면접 이후 3주가 지나고서야 그 결과를 알 수 있었다.


나에게 주어진 두 번째 기회였다. 이전에 이미 그 회사에서 다른 포지션으로 면접을 봤고 떨어졌는데. 이대로 떨어지기엔 아쉽다며 다른 포지션을 제안받았다. 게임 오버가 된 시점에 목숨 1개를 보너스로 얻으며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이런 제안은 흔치 않잖아, 이번엔 진짜 되지 않을까? 만화에서 보면 이런 순간에 미친 듯이 노력해서 결국 쟁취하던데. 과제와 면접, 다시 또 면접. 작은 희망과 기대를 누가 볼세라 손바닥에 꾸깃꾸깃 움켜쥔 채로 지난 두 달을 버텨온 결과가.


메일을 열고 30분은 모니터를 멍하니 보며 눈물만 비죽비죽 흘렀다. 그냥 죽고 싶고 그냥 화가 나는데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고. 1시간이 지나니까 정신은 돌아왔다. 믿기 힘든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나서야 비로소 눈물이 멈췄다.


똑똑. 아빠는 항상 내 방에 들어오기 전 노크를 한다. 며칠 전 지난번 면접은 어떻게 됐냐는 엄마의 질문에 '몰라.'라고 신경질적으로 대답했다. 대답 같지도 않은 대답은 답이 되었다. 아빠 귀에도 들어간 모양이다. 방으로 조심스레 들어온 아빠가 해준 말이다.


-급할 거 없어, 아빠를 봐. 30년을 일했잖아.


꺼내기 어렵지만 꼭 해주고 싶은 말. 일부러 아빠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계속 눈물이 나오는 걸 참으며 책상에 앉은 채 괜히 발을 파닥거렸다. 안 그런척하려고. 


-화이팅.


그 뒤로도 가족들은 순회공연 돌듯이 내 방으로 들어왔다. 엄마는 방에 와서 무선 무드등을 건네며 써보지 않을래,라고 말한다. 침대에 붙여놓고 쓰라고. 그러고는 동생과 내 방 침대에 걸터앉아 너를 응원한다고, 지금 떠올려도 눈가가 흐려지는 그런 말을.


시간이 흘러 취업을 하고 이때를 되돌아보는 지금, 어렵게 버텨내던 취업 준비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느 시기든 마음이 힘들기는 매한가지니까. 나만 고여 있는 기분일 때 가족들이 곁에 있었고, 그래서 나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그뿐이다.


입꼬리를 내려 버릇하면 그 자리에 주름이 남는다. 아무리 웃어도 그 주름이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고. 지금 얻은 행복을 이전 회차에 추가 납입할 수도, 없던 셈 칠 수도 없다. 그건 오로지 지금을 위한 거라서. 그러니 안 행복해도 그냥 웃어보고 노래 가사를 중얼거리자. 그날그날의 행복을 조금씩 적립하고. 내 행복이 남으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인생에도 넉넉히 담아주면서. 그렇게, 서로 주고받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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