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키고 싶은 걸 못 지키면서 결국 나다워지는 그런 일상이 있다.
한 달에 한 번 좋아하는 티를 사서 매일 아침 마시는 시간을 가지고, 퇴근하기 전 티백을 버릴 때 두 번 우려 마실 걸 아쉬워한다.
인문학도 읽어야 되는데 입맛을 다시지만 몇 장 넘기다가 독서 자체에 흥미를 잃고 만다. 결국 좋아하는 느낌의 책만 편식한다. 지하철 안에서 읽고 걸어가면서 읽는다. 그마저도 집에 가면 안 읽으니까.
자기 전에 폼롤러로 뭉친 몸을 풀면서 내일은 일찍 퇴근하고 헬스장 가야지 다짐한다. 결국 못 가서 회사 안에서 계단만 탄다.
작고 보잘것없는 일상은 주변 상황에 언제라도 무너질 준비가 되어있다. 너무 연약해서 자동차 경적 소리에도 톡. 터져 흘러내린다.
해가 갈수록 고민의 깊이가 달라진다. 풀려고 해도 한숨만 나오는 복잡한 인간관계, 미래에 대한 고민 등. 무엇하나 녹록지 않은 것이 없다.
지키고자 하는 일상이 흔들릴 때마다 나를 잡아주는 것은 긍정적인 체념.
매일 요리를 하려고 다짐했지만 주에 한 번 저녁 해 먹는 것에 감사하고, 맛은 그저 그래도 발전할 일만 남은 내 요리에 대해 생각하고.
화려하진 않아도 매달 좋아하는 살림살이를 조금씩 추가해 가는 내 방. 소파에 누워서 다음엔 뭘 꾸며볼까 생각하고.
계절이 지나는 걸 이별이라고 하지 않는 것처럼. 굳이 청승 떨지 않으면 잘 지나갈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다시 생각해 보니 경적 소리가 다정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