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유치원을 졸업했다. 코로나 시국에도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동산이 있는 멋진 곳을 다닐 수 있어 큰 축복이었다. 수녀원 내에 있는 유치원이라 사람이 없고 넓은 데다, 수녀님들의 기도와 영성 덕분인지 올 한 해 하루도 빠짐없이 나갈 수 있었다.
갑자기 확진자 수가 증가해 졸업식 여부가 불투명했다. 월요일까지 투표를 하고 어제까지 전화로 참석자 확인을 했다. 반별로 시간대를 나누고 가족 한 명만 참석할 수 있게 해 간신히 졸업식이 이루어졌다. 아이는 매일 등하원 시켜주는 엄마 대신 아빠에게 유치원을 소개해주고 싶다며 함께 가겠다 선택했다. 덕분에 아빠는 한 명의 자리를 차지했고, 나는 큰 양보를 했다. 뭔가 배신당한 느낌이지만, 자식 키우는 게 원래 그렇다는 우리 엄마의 말에 위로받았다. 공평한 걸 좋아하는 따님은 엄마 아빠가 공평하게 유치원을 알아야 한다 생각하나 보다.
장소가 주는 힘은 엄청나다. 별 생각없이 방문했다유치원 공간에 반해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늦가을, 고즈넉한 언덕 위에 위치한 수녀원과, 유치원으로 올라가는 길에 내려앉은 단풍은 그 순간의 나를 많이 토닥였다. 학교를 옮겨 일이 많고 여러 변화로 갑자기 도우미 이모님을 모셔야 하는 상황이 겹치면서 스트레스가 극도에 다다랐을 때였다. 예고없이 찾아드는 평온은 눈물이 나게끔 했다.
유치원에서의 일상이다. 계절의 변화를 놓치지 않고 마음껏 누렸다.
유치원 입학설명회에서 울고 있는 웃지 못할 상황에 당황스러웠고, 성당에 다니지도 않으면서 종교색이 강한 유치원을 선택하는 것 역시 모험이었지만, 아이는 커다란 사랑 속에서 성장했다. 아침마다 수녀님의 축복을 받으며 등원했고, 자연의 사계절을 마음껏 누리며 뛰었다. 유치원에서의 3년이란 시간이 아이 삶에 큰 자양분이 되었으리라. 자연과 자유로움을 선택한 엄마의 결정이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니길 바란다.
언제 이렇게 컸을까. 기어 다니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이제 학교에 들어간다. 입학식에서 주책맞게 울지 않아야 할 텐데 걱정이다. 우리 딸,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