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 검진의 날

100일 글쓰기 - 31

by 모사가


아침부터 안과에 다녀왔다. 2년마다 받는 검진인데, 올해는 나이 때문에 검사 항목이 아주 많다. 고도근시와 망막질환, 녹내장은 세트처럼 붙어 다니나 보다.

처음 받아보는 검사들이 많았다. 검사마다 빨간 불빛, 파란 불빛, 초록 불빛, 번쩍거림, 위아래 양옆 째려보기 등등 하도 뭘 많이 하다 보니 눈이 혹사당한 느낌이다. 눈감고 눈동자 움직이기가 제일 어려웠는데, 맹인들의 기분이 이럴지도 모르겠다 생각했다. 어쨌거나 뭔지도 모르는 검사를 많이 하고, 또 돈도 많이 내고 왔다.

다른 것보다도 산동제로 동공을 키워놓으면 일시적인 원시 증상과 눈부심이 아주 심해진다. 햇빛에 눈을 뜰 수 없고 형광등과 휴대폰 불빛도 힘들다. 다시 원상복귀까지 최소 5~6시간은 걸리다 보니, 택시 타고 돌아와 온종일 커튼 치고 불도 켜지 않은 채 어두컴컴하니 지냈다.

다행히 결과는 좋았다. 무탈하게 잘 유지되고 있으니 하던 대로 관리하고 2년 뒤에 보자하셨다. 주변에 녹내장 진단을 받은 사람들이 많아 걱정했는데 한시름 놓았다. 골골 백세라. 너무 어릴 때 생긴 사소한 질병 덕에 신경 쓰며 살다 보니 지금은 어째 내가 더 별일 아닌 것도 같다.

잘 보이지 않는 눈과 싸우며 분량의 글을 쓴다. 이미 눈치채셨는지 모르겠지만, 실은 이러저러해 진득하니 앉아서 쓸 여력이 못 되었다는 변명이다. 내일은 아이와 남편이 없어 혼자 신나게 집안 옷 정리를 계획해 놓았는데 어쩌나. 요즘 좀 글쓰기에 게을러지는 것 같다. 분발해라, 모사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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