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심판, 소년범죄, 소년범

100일 글쓰기 - 44

by 모사가


입학식 날부터 곱게 화장을 하고, 다음날엔 무단결과, 일주일 후엔 편의점 절도, 이주 후엔 흡연. 보통 사고 친다 하는 아이들이 1년에 걸쳐할 일을 한 달 만에 끝낸 아이가 있었다. 부모님은 아이가 7살 때 이혼해 아버지와 살고 있었고, 언니가 28살, 오빠는 23살이었는데 그 둘도 이미 집에 잘 오지 않았다. 가정형편도 좋지 않아서 매우 어린 나이부터 보호받지 못했으리라 짐작할 수 있었다.

아이는 그 해 5월과 10월에 가출을 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시작된 가출은 날씨 좋은 봄가을이 되면 매년 반복됐다. 두 달의 가출기간 동안 절도 관련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 범죄는 더 늘어나면서 결국 소년분류심사원으로 가게 되었다. 아이에겐 안정적인 생활환경과, 부모에겐 그동안의 양육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그곳에서 한 달 정도 있다 보호처분을 받고 나왔다.

학교에 오면 수업시간에 주로 엎드려 잤다. 다행히 미술시간에는 생기가 돌았는데, 그림도 잘 그리고 손재주도 좋아 만들기도 잘했다. 속으로 그래서 화장도 잘하나 생각했다. 미술 선생님이 정말 놀랍다고 가져오신 작품들을 보며 이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게 뭘까 생각이 많아졌다.

또 다른 아이 한 명은 조건 사기로 보호처분을 받고 강제전학을 왔다. 온몸에 문신을 하고 덩치도 좋아 중학생으로 보이진 않았다. 삼촌과 함께 살고 있었는데, 집에 들어오지 않는 날이 더 많아 제대로 키울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자연스레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아이는 밖으로 돌았고 형들과 어울리며 나쁜 짓을 배웠다.

학교를 와야 하는 의미를 찾기 어려운 아이였지만, 점심시간쯤엔 꼭 와서 구석에 혼자 앉아 산처럼 밥과 반찬을 쌓아놓고 먹었다. 그 모습이 짠해 급식지도 때마다 가서 머리 한번 쓰다듬으며 맛있게 많이 먹어, 하면 씩 웃으며 선생님은 식사하셨어요? 했다. 왜 혼자 먹느냐 물으면 쟤네들이랑 겸상 안 해요, 했지만 철없이 밝은 아이들과 자신의 삶이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눈빛이었다.

이런 아이들이 저지르는 범죄를 보면 성인과 다를 게 없고, 어떤 면에선 더 악랄하다. 촉법소년을 이용해 무리에서 나이가 어린아이들이 주동자가 되도록 말을 맞추기도 하고, 그렇게 처벌받지 않는다는 걸 학습한 아이들은 서슴없이 다음 범죄, 또 그다음 범죄를 저지른다. 또한 대부분의 아이들이 성장과정에서 해서는 안 되는 것과 해도 되는 것을 제대로 배우지 못해, 오로지 재미와 흥미처럼 말초적인 감각에 의존한 가치판단으로 세상을 산다. 도덕성의 결여다.

다만 아이들이 처한 환경을 고려하면 그것이 과연 아이만의 잘못인가에 의문이 든다. 갓난아기 때부터 매슬로우가 이야기하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생리적 욕구와 안전의 욕구조차 충족되지 않았던 아이들이다. 삶의 뿌리를 내릴 수 없는 상황에서 과연 무엇을 선택할 수 있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부모가 좀 더 잘 돌보았으면, 아이에게 도움을 줄 어른이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복지의 혜택이 이 아이에게까지 손길을 미쳤으면. 수많은 '~했으면'있었다면 아이를 바꿀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러나 우리 주변엔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훌륭히 성장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너무 많다. 결국 인간의 의지가 중요한가 싶어 슬퍼진다. 무엇이 인간을 달라지게 한 것인가. 어느 순간에 어떤 자극이 있었기에 한쪽은 희망으로, 다른 쪽은 절망으로 나아가게 된 걸까. 아마 여기에 소년범죄의 열쇠가 있지 싶다.

촉법소년의 연령을 12세로 낮추든, 14세로 유지하든 중요한 것은 소년범들이 사회로 나오기 전에 어떤 준비를 해줄 수 있느냐다. 예전과 달리 소년분류심사원이나 위탁가정 등 다양한 보호시설들이 생기긴 했지만 아직은 부족하다. 더불어 영유아 시절부터 시작되는 양육의 부재와 학대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인 절차가 필요하다. 초등학생이 한순간에 갑자기 돌변해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얼마나 되겠나. 모두 10여 년의 세월이 쌓여 만들어진 결과다.

소년심판을 통해 소년범죄의 잔인함만이 강조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드라마의 시선이 소년범죄 피해자 부모, 아동학대 피해자 등등 피해자에 집중되어 있다 보니, 소년범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에 대한 서사가 없어 조금 아쉽다. 그럼에도, 소년범죄에 대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기회를 주었다는 점에는 큰 의미가 있다 생각한다. 이번 계기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어른의 의미와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사람이 많아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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