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선생님
- 여기저기 티내고 다닙니다 -
놀이터에 따님을 놀리러 나가면 동네 친구, 엄마들을 만난다. 처음 보는 사람들도 아이를 매개로 하하호호 대화를 나누며 친해진다. 사적인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으니 개인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의도치 않게 나를 알리게 되는 경우가 있다.
어느 날은 따님이 위험해 보여 "김따님~" 하고 불렀다. 학교고 집이고 매일 부르는 게 애들 이름이니 자연스럽게 성까지 붙여 불렀는데, 조금 지나 한 엄마가 혹시 교사냐고 물었다. 왜 그러냐 물으니 그렇게 성까지 붙인 완전한 이름을, 아이를 주목시키는 톤으로 부르는 사람은, 대개 선생님이란다.
유치원 문 앞에서도 차이가 났다. 항상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다치지 않게 조심하고, 당부의 이야기를 한참 한 후 마지막에 사랑한다며 안아주고 들여보내면 주변 엄마들이 뜨악한 표정으로 본다. 뭐 저리 잔소리를 아침부터 하냐는 눈빛이다. 둘러보니 다들 그냥 잘 갔다 와, 손 흔들고 끝이다. 나처럼 잘 들어가나 보지도 않는다.
또 하나는 친한 선생님한테 들은 이야기인데, 놀이터에서 어떤 엄마가 아이에게 알람이 울렸다며 집에 갈 시간이라고 말을 했단다. 아이가 가기 싫다 징징거리니 오늘 착한 일도 많이 하고 말도 잘 들었으니 딱 20분만 더 놀다 가자고, 20분 후에 알람이 울리면 가자고 하더란다. 가만히 듣던 모두가 그 엄마 교사야?라고 물었고, 역시나 답은 맞았다.
교사 엄마들이 진정한 행동수정의 대가들이긴 한데 아이들이 좀 안쓰러운 건 왜일까. 나도 기승전결 확실한 우리 아빠 잔소리에 질렸었는데 이제는 우리 딸이 그럴까 걱정이다. 지금이야 어려서 언니 오빠들한테 질투 난다며 엄마 학교에서 담임선생님 안 하면 안 되냐 하고 나중에 엄마랑 같은 학교 다니고 싶다고도 이야기하지만, 그리 오래가지 않을 걸 안다. 요즘도 한 번씩 엄마는 잘해주긴 하는데 왜 그렇게 못하게 하는 게 많냐며 투덜댄다.
교회 주일학교에서 제일 인기 없는 교사와, 시부모님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며느리가 학교 선생님이라던데. 일어나지 않을 일까지 미리 걱정해 아이를 닦달하지 않아야겠다 다짐한다. 덜 다그치고 덜 의심하고, 그저 아이를 믿고 따뜻하게 바라봐줄 수 있는, 선생님 아닌 엄마가 되었으면 좋겠다.